얼마 전 모 일간지에 실린, 후배를 위해 정년을 앞당기고 공로연수조차 반납한 어느 퇴직공무원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줬다.
아직 정년이 2년이나 남아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승진기회를 주기 위해 아름다운 용퇴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는 공직사회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이는 전국 234개에 달하는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정년 앞당기기'에 따른 고충을 놓고 볼 때 흔치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개인영달이냐, 조직화합이냐. 하남시도 정년에 임박했거나 고참 서기관 등 고위 공무원들을 놓고 적잖은 진통을 겪어오고 있다.
민선 5기 출범이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그간 적체됐던 인사가 숨통을 트기는커녕 오히려 적체가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일부 공직자들은 서기관 승진 자들의 경우 1~3년 안에 명퇴나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것이 관행임에도 4명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산하기관·단체 임직원 중 공무원 정년을 넘어서까지 '장기근속'하는 전직 공무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지지부진한 것이 인사 적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1년 12월 인적 쇄신을 통해 시정 쇄신을 기대했던 시 공무원들은 모 국장이 서기관 승진 3개월 만에 스스로 용퇴하는 모습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남시 인사 구조상 앞으로도 명퇴나 공로연수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에 자칫 보기 흉한 '조건부 버티기'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남시장 선거를 15개월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인사권자를 상대로 한 다양한 형태의 '옥조이기'가 발생할 경우 인사체계를 흐트릴 수 있는 소지도 충분하다.
그래서 인지 공직자 내부에서는 3년차 이상 서기관들의 용퇴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아직 뜻을 밝힌 대상자는 한명도 없다. 오히려 대상자들이 연대해 명예퇴직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돈다.
수십여 년 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는 당사자로서는 정년을 앞당겨 옷을 벗는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는 마당에 ‘후배를 위한 용퇴’라는 주변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감 역시 적지 않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또한 간부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떠나면 후속인사가 불가피해지고 그로인한 내부불만과 불협화음 요소를 우려해 정략적으로 전임 시장 재직 시 승진한 서기관들을 향해 공을 던졌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하남시 공직자주변에선 후배와 조직을 위해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공복의 끝자락에선 그들에게 자율이란 명목으로 던져진 '당당함이 아름다운 용퇴'는 어떤 모습일까
공무원 A씨는 "전임자들의 용퇴로 혜택을 받은 몇몇 고위직들이 때가 됐음에도 물러나지 않고 후배들의 길을 막고 있다. 인사 적체로 인해 조직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공직사회에도 아름답게 퇴장하는 새바람이 불고 있다"며 "후배들의 앞길을 위해 결단을 해 준 선배들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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