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사람들
우포늪 - 원시의 숨결<기고> 광주시민 탁명주

광주 시민이 된 후 처음으로 광주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너른고을광주의제21 실천협의회에서 실시한 견학의 기회를 얻었다. 광주를 사랑하되 특별히 광주의 환경생태 보존과 계발을 위해 건강한 열정을 투자하는 분들이었다.

   
 
 
지난달 29일, 아직 8월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 땡볕을 예상하고 모자에 썬크림을 챙겼지만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대절버스를 탈 즈음엔 모닥비가 되어 몸 안팎을 적셔놓았다. 출발지에서부터 마음은 이미 늪지에 닿아있었다. 창녕까지 길게 이어지는 야산과 들판도 흠뻑 물기를 머금고 습지가 되어있었다. 중부 고속도로에서 부터 산의 칠 부 능선까지 이내가 서린 풍경이 이어졌다. 늦여름 비는 동석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휴게소에서 나눠 마시는 커피 속에 진하게 침전되어 그 맛을 더해주었다.

   
 
 
창녕에 도착하여 맛난 쌈밥을 먹고 우포생태학습원에서 파견된 두 분의 생태가이드와 우포로 향했다. 우포는 화왕산에서 시작한 토평천 상류에서 청정수가 모여 사지마을 주매마을 장재마을 소목 마을 우만 마을 가마 골 마을 노동마을 잠어실 마을의 지류가 모여들면서 넓은 늪지를 형성하고 다시 토평천 하류를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된다. 이 넓은 우포 늪 지역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인공제방에 의해 사지포, 우포, 목포, 쪽지벌 등 네 개의 늪지로 나누어져있다.    

   
 
 
상징적으로 붙여진 각각의 늪 이름이 재미있는데, 먼저 사지포는 모래성분이 많이 모여들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사지포 제방을 지나면 대대제방에서 전망대와 생태전시관이 들어서있는 우포로 이어진다. 우포는 하늘에서 부감했을 때 소가 물을 먹기 위해 머리를 숙인 모습과 같다고 해서 ‘소벌’이라고 불린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 너머 우항재 아래로 뻗어있는 목포는 옛날부터 소나무들이 많았으며 한국전쟁 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가져오는 지역으로 ‘나무벌’이라 불린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토평천 하류로 이어지는 마지막 늪지가 쪽지벌인데, 한자말이 아닌 우리의 옛말인 쪽지벌은 네 개의 늪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늪(습지)은 연중 물에 젖어있는 땅, 물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 식물의 생태를 조절하는 주된 역할을 하는 곳을 말한다. 이런 습지는 멸종되어가는 물새들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또 생활권에서 유입된 공해물질을 중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포늪의 생성 시기는 우포늪 주변을 이루고 있는 퇴적암층에서 약 1억 1천에서 2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어 우포늪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지게 되었다. 또 하나의 주장은 기원전 4천년경 지구의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육지에 얼어있던 빙하가 녹은 물로 지금의 한반도 땅과 해안선이 구분되어 우포늪과 낙동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목포에서부터 생태를 관찰해나갔다. 먼저 가장 인상 깊게 들어온 풍경은 푸른 부유식물로 덮여있는 넓은 못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어 위험해 보이지만 보통 때 물의 수량은 1미터 남짓의 깊이라고 했다. 늪의 가장자리에 갈대 부들 줄 등 정수식물들이 보였다. 늪의 안쪽으로는 언뜻 보기에 개구리밥과 생이가래 통발 검정말 등으로 덮인 것 같았지만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왕버들나무 아래로 자라 풀 노랑어리연꽃 마름 등이 있었다.

   
 
 
더 올라가보니 가시연이 영역을 넓혀 꽃송이를 내밀고 있는 것도 보였다. 가이드가 늪에서 부엽식물들을 건져 올려 보여주었는데, 모든 부엽식물들은 부레와 같은 물관을 가지고 있어서 생존기간 내내 물에 떠있을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간간히 흰 새들이 보였는데, 백로와 왜가리라고 했다. 늪의 수면에 노랗게 혹은 희게 피어있는 작다란 꽃들이 간간히 내리는 빗물을 머금어 싱그러운 빛깔로 반짝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대절버스를 타고 가장 넓은 우포늪을 돌아 쪽지벌까지 갔다. 산밑둥 갓길은 온통 등나무로 조경을 해놓았는데, 왕버들, 수양버들, 미루나무들과 더불어 늪의 전경에 어우러져 원시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중간 중간 멈춰서 가시연꽃 군락을 보기도 하고 우포늪을 거쳐 가는 철새들의 소식도 공부했다. 쪽지벌에 도착해서는 제방에 올라 가까이에서 우리가 지나온 우포늪의 면면을 한 눈에 담았다. 멀리 화왕산에서 낙동강까지 푸르게 꿈틀대는 늪지의 신비 앞에 일상의 소소한 복잡스러움은 맥없이 스러지고 건강한 시야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늪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자연과 어우러져 비로소 행복해보였다.

마지막으로 우포늪 전시관과 전망대를 들렀다. 전시관은 막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고 전망대 가는 길이 인상 깊었다. 주룩 주룩 비를 맞으며 삼삼오오 행군하여 높은 전망대에 오르자, 우포늪의 전경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늪의 규모는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8.54제곱킬로미터라는 수치를 넘어 비옥한 원시의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포를 사랑하여 찾아오는 이유, 그리고 돌아가서 우포를 자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많은 동, 식물이 삶을 영위하는 터전으로 자리 잡은 우포에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차로저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