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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김현희’
  •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 승인 2009.03.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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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이 16년 만에 치르는 직접선거였다. 당대의 인물들인 1노(盧), 3김(金)은 그야말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걸었다.

각 후보가 벌이는 여의도 광장의 유세에는 연 일 백만이 넘는 인파가 모이는 등 온 나라는 선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손에 땀을 쥐고 시한폭탄의 초침소리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 그러한 때에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이 발생한다.

1987년 11월 29일,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가던 KAL기가 미얀마 근해에서 공중폭파 되었다. 한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인 탑승객 115명 모두가 사망한 엄청난 사건이다.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왜 그랬단 말인가.

당국은 마유미, 김승일 등 북한 공작원들의 만행이라고 발표한다.

그러나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사건인 것이다. 북한이 미쳤느냐, 공산국가인 북한이 노동자들을 테러하다니 말이 되느냐 등 의혹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대선 바로 전날, ‘마유미’ 김현희(金賢姬)가 특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압송되어온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全斗煥) 장군의 친구인 노태우(盧泰愚) 장군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김현희의 정체에 관한 논란은 식을 줄 몰랐다. 1988년 1월 15일, “북한의 김정일이 88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게 친필지령을 내려 KAL기를 폭파시킨 것”이라는 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가 공식 발표한다.

당시 북한의 노동신문 등은 남조선 안기부가 마유미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면서, KAL기 폭파사건은 북한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잡아뗐다.

1989년 당시 평양을 방문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김현희가 다녔다는 평양외국어대학 등 평양의 웬만한 학생들은 마유미가 김현희 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황장엽 전 노동자 비서에 의하면 김정일이 그 공작을 진두지휘하였고, 김정일은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탈북자는 1989년 요덕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김현희의 가족들이 수용소의 완전통제구역에 수감됐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증언한다.

남한에서도 김현희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KAL기 폭파 범인은 북에서 내려온 김현희가 분명한 것이다.

그러한 김현희가 지난 3월 11일 “나는 가짜가 아니다”고 기자회견을 한다. 테러범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양 진짜, 가짜 운운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21년 동안 집요하게, 김현희를 ‘가짜’로 몰고 가는 세력들은 왜 그럴까. 김정일에게 KAL기 사건의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일까.

“이젠 어머니로 살고 싶다”고 하는 김현희 씨의 토로는 가짜가 아닌 것 같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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