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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善終)
  •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 승인 2009.02.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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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중에도 봄이 다가오는 소리는 기분을 좋게 만든다. 겨울 지나기가 힘들더라도, 견디다보면 봄이 올 것이고, 봄이 오면 ‘뭔가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기 때문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어김없이 꽃샘추위는 들이닥쳤다. 겨울옷을 다시 찾고 있던 16일, 김수환(金壽煥· 87) 추기경이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별세하였다. 

그는 이 나라의 큰 어른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어두운 광야에 음산한 바람만 불 때 민족의 향도(嚮導)였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횃불을 들고 앞장서던 지도자였다. 

이 땅이 민주회복 된 지도 20여 년,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일취월장 커가는 우리에게 만만치 않은 시련들이 ‘꽃샘추위’처럼 빼놓지도 않고 들이닥친다.

10여 년 전의 IMF체제 경제난국보다도 더 혹독하다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이 진땀을 흘려가며 묘책을 강구하지만, 경제회복의 ‘봄기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북한은 때 아닌 협박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들은 남한과의 정치적, 군사적 합의를 모두 무효화 한다고 선언하였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금방이라도 무력도발을 할 것 같은 ‘액션’을 취하였다. 그리고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도 한다.

평화통일의 명분으로 10여 년간 상전대우를 받아온 북한은 대한민국을 우습게 알고 있다. 그들이 눈을 부릅뜨고 ‘핵전쟁의 재난’ 운운 하면서 공갈하면, 남쪽의 ‘통일세력들’은 북쪽을 잘 모셔야한다고 바람을 잡는다.

이처럼 이 나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시달리고 있다. 나라의 큰 어른, 향도, 지도자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김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났으니, 그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김 추기경의 선종 이틀째인 1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 일대는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는 그 행렬이 남산 1호터널로 향하는 대로변까지 2㎞ 정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는 김 추기경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존경을 받았는지를 나타내준다. 그는 문자 그대로 선종(善終)한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끝이 아름다운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고, 오랫동안 돌봤던 의료진은 “김 추기경을 진료해 행복했다.”고 하는 등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꽃샘추위도 물러갔다. 그의 염원대로 모든 문제가 풀리고 선종하는 봄을 기다린다. 그가 하늘나라에 있다 한들, 한 시라도 이 조국을 잊고 있겠는가.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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