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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대로 송덕비를 세우기는 하지만, 야비하기 짝이 없는 탐관오리를 칭송한다는 것은 정녕 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그 비석에 이런 글귀를 써붙여 놓았다고 한다.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
- 오늘에야 이 도둑을 보내게 됐노라.
그러나 다음 구절이 생각나지 않아 덮어두고 왔는데, 그 현감이 송덕비 앞을 지나가다가 그 글귀를 읽게 되었다고 한다.
과천현감은 다음과 같이 세 구절을 덧붙여 썼다는 것이다.
‘금일송차도’면, 명일래타도(明日來他盜)라.
도왕우도래(盜往又盜來)하고, 도래부진야(盜來不盡也)이니라.
- 오늘 이 도둑을 보내면 내일 다시 다른 도둑이 올 테니,
도둑은 가면 또 다시 와서 그치지 않으리로다.
스스로 도둑임을 인정하는 그 현감의 배짱에 대하여 기가 막혀야 할지, 감탄을 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이다. 여하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도둑놈들 때문에 조선은 ‘골병’들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식장에서 ‘대통령의 친인척들에게 청탁을 하는 사람들은 패가망신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전경환· 기환 형제, 박철언, 김현철, 김홍일· 홍업· 홍걸 3 형제 등 역대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는 이 땅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한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를 피력하여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졌고, 우리는 그 의지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힘없는 시골노인’으로서 ‘봉하대군’으로 불리던 노건평(盧健平) 씨가 농협의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로비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이로 인하여 노 전 대통령의 굳은 맹서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상적인 거래 및 계약은 시장의 조절기능에 의하여 그 혜택이 국민들 전체에게 돌아간다. 그러한 국민적 이익을 빼앗는 것이 곧 권력형 비리이다. 그러므로 권력형 비리는 국민의 돈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책임을 떠벌이던 권력자가, 지역발전 운운 하며 요란을 떨던 지자체 단체장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가슴이 무너짐을 금치 못한다.
도둑이 가면 다시는 도둑이 못 오는 세상, 도둑놈 얼굴을 구경하기 힘든 세상, 그러한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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