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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부진(盜來不盡)
  •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 승인 2008.12.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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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과천현감으로 있다가 떠나게 되었다. 갖은 방법으로 백성들을 괴롭히던 현감이 갈리게 되니, 사람들의 가슴 속이 얼마나 후련하였겠는가. 그래도 고을 백성들은 인자하신 사또의 은혜를 기린다는 투의 송덕비(頌德碑)를 세워야만 했다.

관례대로 송덕비를 세우기는 하지만, 야비하기 짝이 없는 탐관오리를 칭송한다는 것은 정녕 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그 비석에 이런 글귀를 써붙여 놓았다고 한다.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

    - 오늘에야 이 도둑을 보내게 됐노라.

그러나 다음 구절이 생각나지 않아 덮어두고 왔는데, 그 현감이 송덕비 앞을 지나가다가 그 글귀를 읽게 되었다고 한다.

과천현감은 다음과 같이 세 구절을 덧붙여 썼다는 것이다.

   ‘금일송차도’면, 명일래타도(明日來他盜)라.

    도왕우도래(盜往又盜來)하고, 도래부진야(盜來不盡也)이니라.

    - 오늘 이 도둑을 보내면 내일 다시 다른 도둑이 올 테니,

      도둑은 가면 또 다시 와서 그치지 않으리로다.

스스로 도둑임을 인정하는 그 현감의 배짱에 대하여 기가 막혀야 할지, 감탄을 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이다. 여하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도둑놈들 때문에 조선은 ‘골병’들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식장에서 ‘대통령의 친인척들에게 청탁을 하는 사람들은 패가망신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전경환· 기환 형제, 박철언, 김현철, 김홍일· 홍업· 홍걸 3 형제 등 역대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는 이 땅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한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를 피력하여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졌고, 우리는 그 의지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힘없는 시골노인’으로서 ‘봉하대군’으로 불리던 노건평(盧健平) 씨가 농협의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로비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이로 인하여 노 전 대통령의 굳은 맹서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상적인 거래 및 계약은 시장의 조절기능에 의하여 그 혜택이 국민들 전체에게 돌아간다. 그러한 국민적 이익을 빼앗는 것이 곧 권력형 비리이다. 그러므로 권력형 비리는 국민의 돈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책임을 떠벌이던 권력자가, 지역발전 운운 하며 요란을 떨던 지자체 단체장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가슴이 무너짐을 금치 못한다.

도둑이 가면 다시는 도둑이 못 오는 세상, 도둑놈 얼굴을 구경하기 힘든 세상, 그러한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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