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도국에서 초희를 만나다』 지난 2008년 9월 20일과 21일에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제 10 회 허균 허난설헌 문화제의 큰 제목이다. 율도국은 허 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가상의 나라이고, 초희는 허 난설헌의 본명이다. 이분은 경기도광주시 초월면 지월리에 묻혀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광주 터널 가까운 곳에 잘 가꾸어진 묘역이 보이는데, 이곳이 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새롭게 이장되고, 다듬어진 묘역이다. 강릉의 허난설헌이 경기도 광주에 자리하고 있어 묘한 느낌이 든다.
허난설헌은 조선이 낳은 천재시인이다. 특히 여류시인이라 더욱 돋보이고, 또 요절(夭折)하여 더더욱 알려져 있다. 그리고 허균의 누나로, 6살 위였으며, 허균으로 인해 유명해 졌다. 허균은 난설헌이 죽은 바로 다음 해인 1590년 난설헌의 시를 모아 『난설헌집』의 초고를 만들었으며, 유성룡(1542-1607)의 서문을 받았다. 난설헌의 많은 시가 허 난설헌의 유언에 의해 불태워졌으나, 허균의 천재성에 의해 기억되고, 중국에 보내진 것들이 있어 재편집되어 전하게 되었다.
허난설헌의 이름은 초희(楚姬)이고, 자는 경번(景樊)이다. 잘 알려진 난설헌(蘭雪軒)은 그의 호이다. 허난설헌은 외가인 강원도 강릉의 초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의 건천동 등에서 성장하였고, 14-15세에 결혼하여 28세에 요절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허엽이고, 호는 초당으로, 고려말의 재상 문경공의 후손으로, 성균관 대사성, 대사간, 홍문관 부제학, 경주 부윤, 경상도 관찰사 등을 지냈다. 그야말로 훌륭한 유학자 가문이었다.
허엽은 전처인 김씨와 사별하고, 당시 예조참판 김광철(金光轍)의 딸과 재혼하는데, 이 분과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오빠로 홍문관 교리를 지낸 하곡 허봉(荷谷 許篈) 과 동생으로 형조판서, 우참찬을 지낸 교산 허균(蛟山 許筠)이 있다.
허난설헌은 14-5세 되던 해 한 살 위였던 김성립(金誠立)과 혼인하게 된다. 김성립(1562-1592)은 교리 김첨(金瞻)의 아들로, 김첨은 허봉과 같은 시기에 사가독서(賜暇讀書)하는 등 사이가 좋아 혼담이 이루어 졌으며, 난설헌 사후 문과급제하고 홍문관 정자를 지냈으나, 임란에 참전하여 31세에 순국하였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의복만으로 장사지냈다고 한다. 홍문관 정자는 뛰어난 사람만이 임영되는 관직으로 남편 김성립도 상당하였고, 그의 가문 또한 부계, 모계가 대단하였음을 역사는 보여 준다.
당시 율곡이 허봉의 집에 가보니 김첨이 와 있었다고 기록한 것이 있어 당시대의 혁혁한 집안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김성립의 아버지 김첨(1542-1584)은 퇴계문하에서 공부하였고, 율곡을 논하다가 지례현감으로 좌천되었으며, 여기에서 졸하였다. 그 후 1588년 오빠 허봉이 죽고, 그녀도 1589년 죽게 되며, 김성립은 1589년 과거에 급제하고, 1589-92년 사이에 재혼한 것으로 보이고,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순국한다.
그는 묘비에 무육(무육)으로 되어 있어, 자손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립의 후손들은 허난설헌을 조상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 왔으며, 묘역에도 모시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혼돈한 시대를 살아온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그래도 허균으로 인해 이 시대에 다시 살아났다. 허균은 당시 언문의 홍길동전을 지었고, 당시 금기였던 왕조 시스템에 도전하다가 50세에 능지처참됨으로서 역사에서 잊혀진 것이다. 율도국은 홍길동이 새롭게 건설하고 활동한다는 소설속의 가상 국가이다.
우리고장 광주에 이러한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같은 시기에 남한산성 축제가 열려 강릉의 허난설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강릉 경포호수 옆 생가 터 초당을 방문하면, 허난설헌 허균 박물관이 있다. 건강에 좋다는 소나무 숲이 있고, 경포 호수와 함께 동해바다가 있어 아름다우며, 살펴 볼만하다. 역사를 배우고, 그리고, 자녀들에게 좋은 이야기꺼리가 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이제 이 가을에 허초희를 만나러 율도국에 오시는 것은 어떤지요?
정기성 칼럼니스트 kisungchu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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