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전-오피니언칼럼
여간첩 원정화
  •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 승인 2008.09.04 10:21
  • 댓글 0
   
 
 
“간첩인줄 알았지만 사랑했기에 신고하지 않았다”

엄청난 사랑에 빠진 것을 짐작케 하는 이 말은 어느 멜로드라마의 대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훈장교인 황 모(26. 구속) 중위의 고백이다.

황 중위의 고백을 곰곰이 반추(反芻)해보면, 여간첩 원정화(34)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치를 수 있다는 페이소스(pathos)가 느껴진다.

그렇다. 사랑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동서고금을 살피노라면, 사랑 때문에 부귀영화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뜨인다. 그 감동적인 로맨스들은 불후의 로망(roman)이 되어, 아직도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원정화는 작년 10월 황 중위에게 “나는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다. 내 임무는 탈북자 출신 안보강연 강사 신원을 확인해 북한에 보고하고 군 간부를 포섭하는 것이다. 너도 포섭했다고 조국(북)에 보고했다”고 말했으나, 황 중위는 관계기관에 이를 신고하기는커녕 오히려 원정화의 간첩활동을 도왔다고 한다.

수사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원정화는 절개 있는 여인은 아닌 것 같다. 임신 7개월의 상태에서 국내에 잠입한 원정화는 황 중위, 김 소령 등 모두 7명의 현역 군인들과 ‘교제’하였다고 한다. 또한 일본 입국을 위해 일본 남자 3명과 맞선을 봤다고도 한다.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수록 원정화가 사랑한 남성들이 더 드러날 것 같다. 그렇다면, 지고지순(至高至純)한 황 중위의 사랑은 무어란 말인가.

원정화는 간첩활동을 위해 성(性)을 도구화한 것이다. 황 중위는 그녀가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의 소모품이요, 농락대상일 뿐이다.

지난 10여 년 간 소위 ‘햇볕정책’ 이후 적발된 남파 간첩은 2006년 7월 체포된 정경학(50)이 유일할 정도로, 이 나라는 간첩을 안 잡고 있다. 일부에서는 간첩을 ‘통일운동가’라고 존칭하고 있을 정도로, 간첩도 한 번 해볼 만한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믿기는 어렵지만, 간첩들을 살리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사형집행을 안하고 있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었다. 유영철 등 요즘 흉악범들은 마음 놓고 연쇄살인을 하고, 잡히더라도 전혀 ‘겁먹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죽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사기밀을 빼돌리는 간첩사건이 발생하여도, 신(新) 공안정국 운운 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는 정치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들도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여기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색깔논쟁을 하느냐”고 판에 박은 듯 떠들지만, 여간첩 원정화가 할 일이 없어서 그 험한 간첩노릇을 했을까.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