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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처음 겪어보는 것도 아니건만, 올해는 유별나게 무덥고 길게 느껴진다. 35도를 육박하는 찜통더위도 그렇지만, 돌아가는 나라꼴이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8월 8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제29회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다. 매스컴에서는 대한민국의 목표가 금메달 10개, 종합성적 10위 이내 라고 떠들어댔지만, 우리들은 줄줄 흐르는 땀을 닦아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개막식 이튿날인 9일, 유도의 최민호(28) 선수가 다섯 경기 내리 한판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우리는 최 선수의 시원시원한 경기들을 보고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하였다. 그가 결승에서 루드비히 파이셔 선수를 번쩍 들어 내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최민호 선수는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이 일어나 동메달에 그쳤다고 한다. 그는 동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주위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최 선수는 귀국 후 외로움과 소외감에 술을 마시며 방황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선발전, 단체전까지 내내 3등만 하는 ‘동메달 전문선수’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에게 꿈을 되찾게 해준 것은 매일 새벽 4시 성당에 나가 아들의 재기(再起)를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최 선수는 어머니의 기도를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옥 같은 훈련과 체중감량의 고통을 이겨냈고, 끝내 세계를 정복한 것이다.
수영 400미터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 선수 또한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도 남는 인물이다.
아테네올림픽은 박 선수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준 대회라고 한다. 중학생 박태환은 “준비” 구령에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부정 출발’로 실격 당한 그는 탈의실에 한 시간 넘게 틀어박혀 울었다고 한다.
어느 누군들 그만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없겠느냐마는, 최민호 선수와 박태환 선수의 스토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메달 목표량의 절반을 채우고, 종합성적 3위를 하는 등 놀라운 선전을 하고 있다.
이 무더운 날, 짜증나는 정국에 있어서 베이징의 선수들만이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이고, 이를 거울삼아 전력투구함으로써 정정당당하게 승리하는 길을 찾는다.
하루를 살더라도 정정당당해야 한다.
배임· 비리혐의로 체포되거나 감옥에 끌려가는 지도층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저 젊은이들에게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우리의 희망이요, 기쁨인 젊은이들은 지금도 베이징에서 조국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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