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전-오피니언칼럼
<칼럼> 사람과 제비의 교감(交感)조성국 경민대학 교수<법학박사, 본지 칼럼니스트>
  • 조성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5.01 09:52
  • 댓글 0

   
 
 
어린시절을 하남시(농경시대)에서 보낸 필자는 보통 농촌에 있는 가축은 물론 주변에 있는 동물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중에 제비는 가을에 강남으로 갔다가 봄이면 돌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길러 다 자라면 가을에 모자는 다시 강남으로 가는 것을 반복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의 변화로 먹이가 없어서 제비가 오지 않는다. 다만 제비집의 흔적이 아직도 있어서 제비에 대한 추억은 남아 있다.

그런데 몽골에 가보니 몽골인들은 우리보다 더 제비와 가까이 공생(共生)하는 것을 보고 몽골인들의 높은 동물애호사상을 실감하였다. 몽골판 '흥부와 제비'가 있는지는 몰라도…. 몽골에서는 우리나라를 '솔롱고스(solongos,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필자는 2004년 7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서 개최한 한·몽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 학술회의를 마친 후 나담(Naadam)축제(몽골의 전통적인 3대 스포츠인 씨름, 구슬경기, 말타기 경기)를 관람하였고, 몇 곳을 관광했는데 사람과 제비의 교감이 인상 깊어 그에 관한 것을 간단히 살펴본다.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280km 떨어진 바양고비(BayanGobi) 리조트(resort)를 향해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7시간 달려 도착했다. 가는 동안 나무는 없고, 모두 풀인데 그 키가 손으로 한 뼘밖에 안 되는 초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바양고비 리조트는 초원과 작은 모래 언덕, 작은 냇물, 수풀지대, 나지막한 산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몽골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몽골은 연중(年中) 강우량(降雨量)이 적어서 물이 귀한 곳이었다.

그곳 '게르'(Ger)에서 1박하고, 다음날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2시간을 달려 카라코름(Kharkhorum)에 도착하였다. 카라코름은 울란바토르 서쪽 350km에 위치해 있으며, 지금은 폐허가 되어 13세기 칭기즈칸시대 몽골제국의 수도였다는 화려한 발자취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곳에 있는 에르덴주(Erdene Zuu) 사원을 관람했는데 불교의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백탑(白塔)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과거 몽골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으나 일부만이 남아 있고, 지금은 라마교의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주변 노점상에서 마유주(馬乳酒-말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술)를 맛보았다. 카라코름을 관광하고 다시 바양고비로 돌아왔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여행자 숙소는 호텔(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지방에 있는 숙소는 몽골족[蒙古族]의 전통가옥인 '게르'를 여러 개 설치해 놓았고, 식당도 게르였다.

게르의 넓이는 16~18㎡, 높이는 약 1.5~1.8m의 원통형 벽과 둥근 지붕(돔)으로 되어 있고, 벽과 지붕은 버들가지를 비스듬히 격자로 짜서 골조로 하고, 그 위에 펠트(felt)를 덮어씌워 이동할 때 쉽게 분해·조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게르의 가운데엔 난로(걸럼트)가 있어 난방과 취사를 해결한다. 난로가 있는 천장 중앙은 원형으로 터너[천창(天窓), 직경 약 90cm]가 뚫려 있는데 바간이라는 2개의 기둥이 지탱해준다. 그곳으로 난로의 연통이 통과하고, 조립식인 연통은 수시로 빼고 끼울 수 있어 비가 오면 연통(굴뚝)을 뺀 후 터너의 덮개(우르흐)를 닫고 그렇지 않은 날은 늘 열어 놓는다. 터너를 덮거나 열때 사용하기 위해 터너를 덮고 있는 우르흐(felt)를 로프(rope)로 연결하여 로프를 땅까지 닿게 하고, 무거운 돌을 달아 고정시킨다.

게르엔 창문이 없고 출입문과 터너가 전부다. 출입문은 하나이고 남쪽으로 향하는데 이는 게르 내부에 빛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터너의 역할은 환기와 빛과 날씨변화, 혹은 집 가까이 있는 가축들의 울음소리와 손님 발자국 소리를 감지하는 것이다.

제비가 이곳(터너)으로 드나드는 것이다. 바양고비 리조트의 여행자 식당(게르)에는 식당 내에 제비가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제비집은 게르 안 벽에 지었는데 그 높이가 사람의 손이 닿는 위치다. 그렇지만 몽골인들은 이 제비를 건들리지 않고 보호하였다. 특히 몽골인들은 유목민이어서 5축(畜- 말, 소, 양, 낙타, 염소)과 함께 살면서 이들을 식용으로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민족보다 강하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제비와 교감(交感)하면서 사는 것이다. 게르와 제비를 보면서 몽골인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과 조화의 삶을 살고 있음을 느꼈다.

조성국 칼럼니스트  cho-gook@hanmail.net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성국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