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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친구 수호천사'추남희 미술치료사

‘안녕하세요’
‘안녕!!!’
오늘따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지연에게 밝고 활기차게 인사를 해본다.

‘선생님, 저 그림 그릴 께요’
‘그래, 그러자’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어 미술치료를 받는 지연이는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다.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친구들과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크게 상처를 받고 끙끙 앓는 일이 많다. 오늘로 치료사와 다섯 번째 만남인데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혹 누가 듣기라도 하는 듯 매우 조심스럽다.

   
 
 

지연이는 선반에서 도화지와 유성매직을 꺼내 포스터에 쓰는 글씨처럼 두껍고 크게 ‘수호천사’라고 쓰고 글자마다 다른 색으로 칠하였다.

‘선생님은 수호천사를 믿으세요?’
‘응, 사람마다 수호천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제 밤 제 꿈에 수호천사가 나타나서 친구들을 원망하지 말라고 말했어요’
‘그래?’
‘어제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놀아서 무척 속상했거든요. 집에 와서 많이 울었어요.’

지연이는 이유를 알 수 없어하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를 천천히 힘들게 말하면서, 꿈에서 본 수호천사의 모습을 그렸다. 머리를 묶고 한복을 입은 예쁜 여자아이를 그리는데 몰두하던 지연이는 날개를 그려줄 것인지 잠깐 생각하다, 천사이므로 당연히 날개를 그려 주어야한다고 했다. 장미와 하트로 마무리를 하고 그림이 자신의 마음에 든다고 활짝 웃으며 치료사에게 그림을 보여 주었다. 치료사가 그림 속의 수호천사는 지연이가 사귀고 싶어하는 친구인지 묻자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사람의 마음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면 더욱 구체화되고 현실화 된다는 장점이 있다. 미술치료는 미술을 매개로 심리치료를 하는 것인데, 지연이는 친구로 인해 아팠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이 원하는 친구에 대한 이미지를 실제로 만들어 보면서 현실적인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앞으로 지연이는 미술치료의 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말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 가면서, 대인관계에서 보다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해 가리라고 믿는다.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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