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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선거는 4연, 즉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금연(金緣=돈)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선거 하면 아직도 이러한 공식에 대입하여 투표 방향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정치는 자기편 중에서 누군가가 힘이 있어야 자신에게도 어떤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구태 의연한 이론에 얽매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강원도 모지역구는 공천이 있자마자 금연(돈)으로 얼룩졌다. 또 어떤 지역은 후보의 능력 보다는 혈연에 기대거나, 지연, 학연에 비중을 두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지난 지방 자치 선거부터 본격적으로 매니페스토 선거라는 정책선거 실천 선거공약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2008년 3월 17일 제 18대 국회의원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을 가짐으로서 새로운 선거문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8년 4월 9일 실시되는 국회의원선거가 한국 민주주의의 선진화를 위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은 정책경쟁을 통한 건전하고 깨끗한 선거에서 시작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거 운동 과정에서 돈을 쓰거나 비방하는 구태를 단호히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번 국회의원선거가 대한민국에 정책선거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역사적인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매니페스토는 종래의 선거공약과는 달리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즉 구체적인 시책, 실시 기한, 수치 목표를 명시한 "사후 검증 가능한 명확한 공약"이다. 영국에서는 정당에서 공표하는 정책강령을 '매니페스토'라고 해서 정책의 수치 목표, 실시 기한, 재원, 방법 등 구체적인 정권공약의 의미로 쓰여 왔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서 펼치고 있는 한국형 매니페스토 운동은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출마자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고 그의 미래 계획을 검증해 보면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선거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당선자의 약속이행 여부를 스스로 발표하게 하고 유권자들과 함께 꼼꼼히 따져보며 다음 선거에서 선택의 기준을 삼고자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측면에서는 선택의 기준이 종래와 같이 4연인 혈연, 지연, 학연, 금연(돈) 등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선거문화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정치권에 대해서도 매니페스토 계획에 기초한 책임성이 강조됨으로써, 정쟁에 골몰하지 않고 자신들이 내세운 정책공약을 실현하는데 집중하게 되어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 과정도 정책대결이 중심이 됨으로써 막대한 돈을 들여 거대한 조직을 동원하는 선거,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지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의 제 18대 국회의원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은 한국 선거문화를 일신하고 생산적인 정치로의 도약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보여주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은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국립대학 총장 선거, 농업협동조합장 선거, 축산협동조합장 선거, 교육감 선거 등 각종 공직 선거와 대기업의 부서별 신년 업무 계획 수립 및 정부의 감사 정책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운동은 광범위하게 한국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제반 분야에 급속하게 확산 발전 되고 있고 또 되어 갈 것이다. 이렇게 선진화되고 향상된 선거 문화는 대한민국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정책의 기본은 계획(Plan)-실행(Do)-검토(See)의 싸이클을 거친다. 이 싸이클은 매니페스토를 검증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간단한 도구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각 후보들이 내어 놓은 정책들을 검증하고 투표할 것이다. 나아가 임기 중 얼마나 매니페스토하였나 살펴봄으로서 지도자를 검증하고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신중을 기할 것이다.
정기성 칼럼니스트 kisungchu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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