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여자고등학교(교장.최진순) 3학년 10반 담임교사 정희정입니다. 우리반 전민경 학생의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고3을 준비하는 봄방학을 맞아 집에서 지내다가 한밤 중에 일어난 화재로 건강을 잃기 전, 민경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꿈이 많은 소녀이자 일등 학생이었습니다.
민경이의 가족

헌혈을 하기 위헤 줄을 서 있는 경화여고 학생들
민경이가 어릴 때 민경이의 아버님은 대기업(현대 중공업)에 다니셨습니다. 그러다가 장애인 재활에 뜻이 있으셔서 직장을 그만 두시고, 어머님과 함께 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사회에서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민경이네 집은 5남매가 함께 사는데, 언니 2명과 쌍둥이 남매, 그리고 여동생이 있습니다. 자녀들 모두가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독립적이고 모범적으로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고
2008년 2월 22일 밤, 공장이 함께 있는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민경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밖으로 나왔는데, 미처 나오지 못한 이모님을 구하기 위해 민경이가 옷에 물을 뿌리고 다시 불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집안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얼굴과 목, 팔 다리에 심한 화상(2~3도, 3도 화상이 40%)을 입었습니다. 이모님은 결국 소천하셨습니다.
민경이의 학교 생활

경화여고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 중 아무나 붙들고 '전 민경'이 어떤 학생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선생님이시든 지체 없이 너무나 성실하고 바른 학생이라고, 수업 시간마다 민경이의 똘망 똘망한 눈동자를 보며 힘을 얻노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민경이는 자연계열 전체 2등, 학급에서 1등을 할 만큼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겸손하고 모범적인 태도를 가진 학생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진실하고 따뜻한 친구로서 많은 사랑을 베풀고 또 받는 학생입니다. 사고 후에도 자신이 다친 것을 알면 고3인 친구들이 동요되어서 공부에 방해가 될 거라며, 친구들에게는 조금만 다친 것으로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민경이의 사고 소식을 들은 학급 학생들이 모두 민경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다른 학급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던 1, 2학년 학생들까지도 민경이에게 편지를 쓸 만큼 민경이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민경이의 치료과정

민경이의 사고 전 모습
민경이가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한 뒤로, 감염이 우려되어 한동안 면회가 불가능했습니다. 3월 2일이 되어서 호흡기를 뗀 직후 세 분의 선생님이 함께 면회를 갔을 때는 온 몸을 붕대로 감고 있었습니다. 입을 겨우 움직이던 민경이의 첫마디는, "선생님,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요" 였습니다. 그 때 민경이는 온 몸의 죽은 세포들을 걷어내는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도, 진통제를 거부하고 이를 악물고 몸을 떨면서도 통증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민경이가 진통제를 맞지 않은 이유는, 진통제에 마약 성분이 있어 치료가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회복해서 학교에 가고 싶어서, 어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11월에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싶어서 그렇게 큰 고통을 견디었습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어 책을 보지 못할 때는 PMP를 구해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겨우 팔을 움직이게 되자 독서대를 구해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빨리 가겠다는 일념으로 도저히 밥을 먹기 힘든 상황에서도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은 기적이라고 할 만큼 회복이 빠르다고 하셨고, 주변의 간호사와 환자, 보호자들도 모두 민경이의 회복에 대한 의지에 감동하셨습니다.
민경이의 꿈
민경이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부유하고 안정된 직업으로서의 의사가 아니라, 어렵고 아픈 사람을 돕고 살리는 의사가 되려고 합니다. 화상의 고통 가운데서도, 이 통증과 두려움을 절대 잊지 않고 나중에 환자를 더 잘 이해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혹시 손이 완치 되지 않더라도, 외과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되어 꼭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자 합니다.
민경이를 향한 도움의 손길
불은 민경네 집과 공장을 다 태우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본래부터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이 큰 수익을 내기 보다는 봉사하시는 일이었기 때문에 몇 천만원씩 나오는 민경이의 수술비(현재 6700만원 정도, 앞으로 큰 수술이 한번 더 남아서 수술비가 거의 일억 원을 육박할 것 같습니다.)를 충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진순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교직원들이 정성을 모아 민경이를 도왔고, 그 다음 학생들이 또다시 정성을 모아 도움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선생님과 학부모님은 상당한 액수의 치료비를 훈쾌히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모아진 성금이 천만원이 넘었습니다. 또한 민경이를 위해 헌혈차량 방문을 요청하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헌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선생님은 그동한 모았던 헌혈증서를 민경이를 위해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 민경이 사건은 우리 학교를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인 우리학교는 매일 아침 민경이를 위해 기도하고 민경이가 보여주고 있는 학업에 대한 열정을 본받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의 분위기가 민경이로 인해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매진하고있는 민경의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 지역에 알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여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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