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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면 싸늘한 기운이 짜릿짜릿하다. 그 뜨겁던 날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연의 섭리를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는 건가. 단풍에 물든 산하(山河)를 걷노라면, 한 가닥 바람결에 낙엽이 펄럭거린다. 엊그제 찾아온 가을이 벌써 떠날 준비를 하는가 보다. 이 세상에 영구불변의 것이란 없다더니, 그 말이 정녕 맞는 것 같다.
일찍이 공자(孔子)는“대체로 물체란 성(盛)하면 쇠(衰)하기 마련이라,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달이 가득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라고 하셨다. 너무 허둥대면서 살지 말라, 흥망성쇠에 너무 일비일희(一悲一喜) 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므로, 총명예지(聰明叡智)는 어리석음으로, 무력의용(武力毅勇)은 두려움으로 지키고, 부귀광대(富貴廣大)는 검소함으로 지키느니라.”고도 하신다.
노자(老子)의 말씀에도 도(道)를 지키는 사람은 가득 차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현인(賢人)들은 무엇인가를 무리해서‘쟁취’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군상들이 지혜롭지 못하다고 일깨우고 있다.
550년 동안의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그는 스스로의 공적과 그 영화를 영원히 누려야겠다는 치졸한 집착에 빠진다. 불노초(不老草)니 불사약(不死藥)이니를 떠들어대는 사기꾼들에 속아 허둥대다가 볼썽사나운 최후를 맞는다. 백성을 사랑하다가, 때가 이르러 표표히 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는 ‘영원히’영웅으로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구질구질한 모습으로‘낙엽’이 되었다. 그는 황제였지만, 일개 필부(匹夫)로써 죽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측근들이, 임기 말 현재는 국세청장· 대통령정책실장 같은 핵심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가 속속 드러나는 등 공직사회의 부패가 심각한 지경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5일전 김해시청에서 “나라와 국민께 부담을 주는 큰 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거리고, 경제는 불황에 빠져 자살자· 파산자가 속출하였다. 그런데 이를 애써 외면하고,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자연의 법칙은 인간들에게도 통용된다. 그 아름다운 단풍을 영원히 즐기고 싶다고 해서, 발버둥 친다고 해서, 계절의 오감을 막을 수는 없다. 영웅으로 추앙 받기에 손색이 없을 진시황이 그 구질구질한 마무리 때문에 폭군(暴君)으로 기록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 정권도 더 이상 다른 일을 벌이지 말고, 깨끗하게 마무리를 해야 한다.
대세(大勢)는 어쩔 수 없다. 떨어지는 낙엽을 어찌할 것인가. 되지도 않을 사태를 억지로 막으러드는 모습들에 슬픔을 느낀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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