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전-오피니언칼럼
[아침을 열며]멋쟁이 메신저
  • 조성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07.10.25 09:07
  • 댓글 0
   
 
 

 

 

 

 

 

어느 일요인 정오에 한국초등학교 총동문회 임원회의가 있던 날, 꼭 있어야 할 섭외이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회장이 그 사람과 친한 총무에게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총무가 “바다낚시를 갔다”고 대답했다. 화가 난 회장은 “오늘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손목이나 부러져라”고 말했다.

얘기를 마치고난 회장은 아차하고 후회했다. 왜냐하면 낚시를 간 사람은 성격이 다혈질이고, 총무와 절친하여 그 얘기가 그대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밤 늦게 바다낚시를 갔던 사람에게서 내일저녁에 찾아뵙겠다는 전화를 회장이 받았다. 회장은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 사람으로부터 곤욕을 치룰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저녁에 찾아온 그는 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다음부터는 모임에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총무가 그에게 “춥지 않게 옷을 입고 갔는지 낚시도구는 제대로 챙겨갔는지 회장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길 가는 나그네의 두루마기를 강풍으로 벗기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따가운 햇볕을 내리 쬐이는 편이 두루마기를 쉽게 벗길 수 있을 것이다. 보가 바위를 이기는 부드러움의 마력이 여기에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 사이를 매개하는 메신저는 강풍보다는 햇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밉지가 않다. 전에 아이들과 울산바위를 오른 적이 있었다. 설악산 입구에서 겨우 흔들바위 앞에까지 갔을 때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산악인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니 힘내시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듣자 마음이 편해졌다. 한참 후에 어렵게 정상에 올랐을 때 아이들과 이런 대회가 오갔다.  ”그 아저씨가 아까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군요“.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그 때  올라가야 할 길이 꽤 멀다고 사실대로 얘기했으면 중도에서 포기를 했겠지요“

산악인의 말처럼 그런 상황에서는 조금만 더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마음을 질리게 하는 말을 한다면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문득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오른다.

① The Opportunity is now here (기회가 지금 여기에 있다).

② The Opportunity is nowhere (기회가 어디에도 없다). 

위의 이 두 문장의 차이는 w와 h 사이를 한 칸 띄었느냐 (now here), 붙였느냐 (nowhere)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는 기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유비가 장비에게 ②의 의미로 부정적인 얘기를 했는데도 관우가 글자를 한 칸 띄어 ①의 의미로 긍정적인 말을 장비에게 전달했다면, 관우는 재치 있는 현명한 메신저가 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즉 말하는 사람은 글자를 띄어 ①의 의미로 얘기를 했는데  중간에 전달하는 사람이 글자를 붙여 ②의 의미로 전달했다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 뻔하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직접 만나 이야기 하면 그 의미에 관해 오해의 소지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메신저를 통해 말을 전달하는 경우에는 전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동문회장의 부정적인 말을 섭외이사에게 긍정적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총무와 같은 멋쟁이 메신저가 우리 주위에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조성민 칼럼니스트  cho2880@hanyang.ac.kr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성민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