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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법정에 발목 잡힌 주민자치
  • 권광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07.10.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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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남은 광역화장장 유치문제로 촉발된 지역의 갈등과 혼란이 법정싸움으로 번지는 흉흉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도끼자루 섞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하는 판결 행태에 시민의 상식과 주민자치민주주의는 시퍼렇게 멍들고 있다.

시민들이 저렇게 허망해 분노하는 이유는 시장님은 재판 중, 시정(市政))은 눈치 중으로 온통 지역의 귀중한 자산과 행정력이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아우성 - 생명의 소리에는 귀 막은채, 한정된 글자로 엮어진 법조문 몇 개의 형식에 매달려 근엄한체 재판하는 귀머거리 법관의 판결 내용 때문이다.

소리가 안들리면 소리가 없는 것인가?  콩알하나 떨어져 구르는 소리 들리니 내 귀가 완벽하다고 자만 떨 일인가?  개미 한 마리 걷는 소리 듣지 못할 뿐 아니라, 저 큰 지구덩어리가 시속 10만km로 움직이는 굉음도 역시 듣지 못한 미물인 것을 너는 아는가? 아주 작은 소리, 큰 소리는 이치로 알아듣는 것인데.

나는 법원의 판결(주민소환투표청구수리처분무효소송)을 보고서 일찍이(1894년) 진실을 은폐한 잘못된 판결사건에 대해 양심적 시민운동의 역동적인 힘으로 바로 잡은 「드레퓌스」사건을 생각해 본다.

프랑스의 유태계 장교 「드레퓌스」대위는 간첩으로 지목돼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아 강제 불명예 전역된 뒤 유배당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 진짜 간첩이 적발되었지만 그의 무죄 주장은 수구적 음모세력에 의해 묵살, 은폐되고 만다. 그러나 소설가 「에밀·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공개장을 통해 「드레퓌스」사건의 재심을 요구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당시 양심적 지식인·시민세력과 수구적 음모세력의 싸움판이 유럽 전역에 벌어졌다.

잘못된 판결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쓴「에밀·졸라」는 매국노로 취급?협박받고, 프랑스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재판장에 세워진다. 재판장에서 「에밀·졸라」는 감동적인 말을 한다. “지금은 많은 신문들과 사람들이 나에게 반대한다. 나의 편은 다만 진리와 정의뿐이지만, 프랑스는 언젠가 거짓과 수구세력과 맞서 싸운 나의 용기에 감사할 때가 올 것이다.” 결국「드레퓌스」유대인 대위는 풀려났다.

「드레퓌스」판결은 권력재판에 대항하는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역사의 진실은 재판에서가 아니라 시민의식이 지켜낸다는 교훈의 사건이다.

「에밀·졸라」는 암살위협에도 불쌍하고 연약한 「드레퓌스」의 운명을 자신과 일치시킴으로서 「드레퓌스」보다 더 비극적인 운명의 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그런 까닭에 그는 오늘 세상의 존경과 만인의 사랑을 받는 지고한 존재로 우리 앞에 오래 살아 있는 것 아닌가.

갈등과 충돌과 귀머거리 재판까지 불러온 대단위 집단 장사시설은 어디까지나 성장?개발 이데올로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론 성장·개발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연 풀뿌리 민중의 삶이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대답이 쉽지 않다. 그 동안의 성장?개발이 너무도 끔찍한 대가를 지불해 왔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대가는 대체로 생태적 재앙으로 치뤘고, 무거운 짐은 서민대중 어깨에 던져졌다.

주민자치민주주의는 여전히 많은 위기와 도전을 만나고 있다. 발전을 내걸어 법정이 주민자치 민주운동을 옥죄고, 거대언론이 진실을 비틀고, 은폐하는 일에 가세한다면 한국민주주의 -지역주민자치는 어찌 되겠는가 ?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김황식 시장의 모든 개발시정은 행정 권력에 기대고, 못마땅한 것은 재판으로 척결하고 있는 인상이다.

「장자」에 그림자가 못마땅해서 계속 그림자를 없애 버리려고 엄청 애쓰는 이야기가 나온다. 빨리 달리며 야단법석 떨수록 그림자도 더 빨리 따라오니, 그는 더 빨리 달리는 소동을 부리려고만 한다. 장자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당신이 나무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권력과 돈을 따라 야단 떠는 우리 주위의 여러 가지 사건들 - 광역화장장 문제로 야기된 갈등과 충돌과 귀머거리 재판의 현상들을 보면서 장자의 이러한 처방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권광식 칼럼니스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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