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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미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1944년 6월,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가한 밀러 대위와 그 부대원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미 정부가 전사자 통보 업무를 진행하던 중, 4형제가 모두 참전한 라이언(Ryan) 가(家)에서 며칠 동안에 3형제가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만이 프랑스 전선에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군부 고위층은 라이언 일병을 찾아 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그 특명을 밀러 대위와 7명의 대원이 받게 된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은 아주 위험한 전투에 투입되어 독일군 사이에 고립되어 있었다. 대원들은 라이언 일병 한 명을 위해 여덟 명의 생명을 바쳐야 하는가에 갈등하지만 밀러 대위는 부하들을 설득하여 라이언 일병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긴 끝에 드디어 라이언 일병을 찾아냈지만, 라이언은 귀환을 거부한다. 자기만 혼자 살겠다며 전우를 두고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허탈한 결과를 위하여 밀러 대위 등 여러 명의 대원들이 생명을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일 대 팔이라는 숫자를 비교하면서, 미군 고위층의 작전이 무모하다는 시각을 가졌었다. 영화에 빠져들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고,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話頭)에 봉착하게 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그 생명과 명예, 가치관 등을 지켜주는 방벽(防壁)이다. 국민은 그러한 국가가 있기에 일생을 계획하고, 희망을 가지며, 행복을 꿈꿀 수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국가가 위급하거나, 필요로 할 경우는 서슴없이 목숨을 바친다. 국가를 지키는 것이 곧 나를 지키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듯이 국가와 국민 간에는 생사(生死)를 초월하는 신뢰가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일병’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장교와 고참 병사들 8명을 사지(死地)에 뛰어들게 하는 국가의 ‘뜨거운 마음’이 있기에 미국이 최강의 나라가 된 것이다.
2002년 6월 29일, 북한 함정과의 충돌로 국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은 ‘서해교전’이 발생했었다. 조국에 목숨을 바치고 산화한 젊은이들의 장례식에 당시의 대통령인 DJ는 ‘애써’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의 눈치를 살피느라고 그랬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게 납치되어 2명이 살해된 상태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더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현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립 서비스만 하는 등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국제관계는 ‘힘’의 관계이다. 말이나 사탕발림으로는 어림 반 푼도 없는 것이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겠다는 ‘뜨거운 마음’과 강력한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럴 수 있는 지도자가 정녕 기다려진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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