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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불류성(不留聲)
  •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 승인 2007.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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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李承晩) 박사는 한말 독립협회 운동으로 사형수가 되었었고, 미국으로 망명하여 40여년에 걸쳐 독립운동을 한 이 나라의 건국대통령이다. 그는 국부(國父)로 불릴 정도로 국민들의 추앙을 받았으나, 권력의 맛을 알고 난 이후에는 독재자로 변모하였다.

그가 헌법을 제 멋대로 뜯어고쳐 종신(終身) 대통령이 된 자체도 심각한 사태였음에도, 한 걸음 더 나아가 필부(匹夫) 이기붕(李起鵬)을 후계자로 삼고자 무리한 정치적 선택을 하였다. 그것이 바로 1960년에 발생한 ‘3·15 부정선거’이다.

요즘 ‘예일대 가짜박사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기도 하지만, 이 대통령은 하버드 석사· 프린스턴 박사로서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인물이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협박과 회유로 부정선거를 자행하였으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 시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닐까 라고 걱정이 앞선다.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법을 존중해야 할 권력자· 지도자들이 이 나라의 국법질서를 ‘임의대로’ 해석하고 폄하(貶下)하는듯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17일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한 제헌절이었다. 이 헌법에는 숱한 선열(先烈)들의 목숨과 일생이, 온 겨레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역사적 의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법을 지키지 않거나 우습게 아는 자일수록 국민을 우습게 아는 자라는 사실을 그동안의 역사가 증언하였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던 이승만 박사는 ‘4· 19’가 터지고, 온 시민이 일어나자 “불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는 국민은 죽은 백성이다.”라는 발언을 남기고, ‘종신’ 대통령직을 사퇴하였다. 마지막에 이르고서야 국민을 두려워 한 것이다. 그래도 그는 어느 정도의 금도(襟度)를 아는 사람이었다.

  바람이 성긴 대나무 숲에 불어오면 대숲이 소리를 내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대나무는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기러기가 차가운 못 위를 날면 그림자가 물 위에 비치지만,

  기러기가 가고나면 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군자는 대숲이나 못처럼 일이 닥치면 마음이 나타나서 대응하지만, 끝나고 나면 다시 비어 버린다. 억지로 일을 만들지도 않고 또 일에 집착하거나 미련이 없는 것이 군자의 담박한 마음이다. 이는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그 마음이 곧고 깨끗하여 소리를 남기지 않고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지도자, 필부들이 설쳐대는 현실을 통탄하며 그 지도자들을 기다리게 된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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