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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힘깨나 쓰는 한주먹이 비가 오는 날 선술집에서 대포를 한잔 하고 있던 중,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허약해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주먹을 휘둘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혀 검찰에 입건되고 말았다. 겁이 난 한주먹은 검찰에 줄이 닿을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하던 중, 어느 산악회에서 알게 된 마당발이 담당수사관과 친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마당발을 찾아가 사건을 무마해주도록 부탁하면서 담당수사관에게 뇌물로 주라고 현찰 1,000만원이 든 가방을 마당발에게 건넸다. 마당발은 한주먹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집에 돌아온 마당발은 가방 속에 든 돈뭉치를 보자 욕심이 생겼다. 돈이 궁하던 그는 자신이 그것을 다 써버리고, 담당수사관에게 청탁도 하지 않았다. 소위 배달사고를 낸 것이다. 형사처벌을 받게 된 한주먹은 마당발을 찾아와 화를 내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하였다. 마당발은 돈을 다 써버려 줄 돈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었다. 그리하여 한주먹과 마당발은 배달사고 난 돈을 도로 내놔라, 못 주겠다 하면서 티격태격했다. 약이 오른 한주먹은 법대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주먹이 마당발을 상대로 배달사고가 난 돈을 돌려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마당발은 뇌물로 수사관에게 건네주려고 받은 돈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주먹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이 보인다. 왜냐하면 마당발이 배달사고를 낸 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부당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주먹이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로 주라고 마당발에게 건넨 돈은 그 원인이 불법이 된다. 이렇게 불법원인에 기해 타인에게 돈을 건넨 경우에 심부름하는 사람이 뇌물로 줄 돈을 떼어먹고 오리발을 내도, 청탁한 사람이 그 돈의 반환청구를 할 때 법이 도와주지 않아 받을 수 없다. 이것을 불법원인급여라고 한다(민법 제746조).
이와 반대의 경우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즉 한주먹이 마당발에게 수중에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없으니, 마당발이 먼저 담당수사관에게 청탁을 하여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해주면 나중에 1,000만원을 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그리하여 마당발이 담당수사관을 움직여 한주먹이 처벌을 면하게 되었다. 이 때 한주먹이 마음이 변하여 약속한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버틸 때, 마당발이 소송을 제기하면 그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
한주먹이 마당발에게 처벌을 받지 않게 담당수사관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반사회질서행위는 무효가 되기 때문에(민법 제103조), 한주먹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마당발이 한주먹을 상대로 약속한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해도 이길 수가 없다.
누구든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먼저 행한 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왜냐하면 뇌물로 전해달라고 돈을 먼저 준 경우에 중간에 심부름을 하는 자가 돈을 떼먹어 배달사고가 났더라도, 이것은 불법원인급여가 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청탁을 하여 성사가 되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경우라면 이는 반사회질서행위로서 무효가 되어,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건전한 생활을 유지하여 밝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성민 칼럼니스트 cho28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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