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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알게 된 독일인 교수와 함께 얼마 전 시골장 구경을 갔다. 우리말을 떠듬떠듬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어중재비 이긴 하나 동양의 토종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귀한 사람이다. 우리는 시장기가 들어 큰 글씨로 <붕어빵 팔아요.>라고 쓰인 간판 앞에 멈춰 섰다. 빵틀 앞에서 선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붕어가 먹는 전용빵인지, 붕어 고기로 만든 빵인지 아리송해 헷갈린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방인의 혼란에 도움이 되고자 설명을 했다. 사람을 위한 식용빵인데 전통적으로 붕어가 가진 보약성과 모양성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상술성과 애교성에 다름 아님이라고 대강 내 마음대로 설명하고 말았다.
우리의 주위에는 그런 혼돈의 이름, 과장되고 속임수 같은 것이 많다. 아이들 상대의 새우깡, 양파깡, 호두과자, 인삼 초콜릿, 호박엿이 그렇고 어른 상대의 아파트 이름도 캐슬, 궁전, 팰리스 등의 세상 좋고 화려한 것은 다 가져다 붙인다. 포장된 이름에 현혹되어 내용에 속은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진실이 거세된 말들, 거짓이 위세를 부리는 판세, 책임 질 수 없는 반드르르한 말장난. 이것들이 공인의 입에서 공공연히 연발되면 더 슬픈 일이다.
실로 허영심이 넘치는 사회일수록 말장난은 더 기세를 부린다. 말이 쓰이는 말씀은 없어져 가고 말로 장난질하는 말장난이 넘치는 사회. 허위의식이 강한 사회 일수록 말장난은 먹혀 들어간다. 붕어빵 같은 혼돈은 늘어난다.
좋은 지역사회 만들기 위해 돈 벌려고 판 벌리려는 데 웬 시비냐고 하겠지만, 시민의 희망은 생명을 담보로 돈 구걸해오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있는 것 잘 보살펴 주라는 것이 최소한의 요구다. 순박한 시민들은 하도 많이 속아봐서 이젠 욕심 부리지 않는다. 그러나 권좌에 오른 자는 시민의 이름을 빌려 욕심을 부린다.
김황식 시장 취임 이후 청정하남은 창조하남으로 시정 구호가 바뀌었다. 창조하는 지역사회가 되려면 무엇이 가장 창조적인가? 자연만한 큰 창조는 없다. 그런데 시장은 하남 발전의 디딤돌 - 창조의 상징적 사업으로 반 자연적인 광역장사시설을 앞세우고 있다. 광역장사시설은 모방일 뿐 창조와는 정 반대요, 청정과도 각을 세우는 것이며, 환경과 적대관계다. 이름과 내용이 다름에서 붕어빵이다.
시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선택이 화장터에 있다고 주장한다. 화장터 중심의 공원 및 시설규모 부지가 자그마치 29만평이라니 하남시 주거 총 면적의 약 26%이다. 이미 화장터로 이름이 알려진 벽제화장처의 30배나 된다. 화장터를 만들자면 푸른 숲이 망가지고 산이 얼마나 파헤쳐 져야 할지. 지금 하남시청은 이미 벌목 연습 중이다.
인구 13만 명의 작은 지역에 세계 최대의 화장터 시설은 당장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어떤 화려한 개발사업으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창조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더 큰 문제의 핵심은 지역의 필요량보다 엄청나게 대규모 집단화로 자연의 정화능력을 벗어난 과부하에 있다. 과부하는 모든 사고의 원인이다.
시장은 장사시설 주변 생태공원 조성으로 새로운 청정하남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데, 아무리 따져보아도 이해가 안 간다. 21세기 첨단 과학기술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도 아무 문제가 없단다. 그 무서운 다이옥신을 본래 지상에 존재하고 있는 특수물질이 아니라 물질이 탈 때 생기는 창발성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화장은 다이옥신 발생의 어쩔 수 없는 원인 행위이다. 과학기술은 물리법칙, 자연법칙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인데도 시장은 말씀이 아닌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도시에서의 본질적인 고민과 과제는 생명환경문제, 특히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있다. 세계 도시기후 정상회의는 친환경적인 도시 가꾸기 위한 세계 공동계획에 합의 했다. 2009년엔 서울에서 열린다.
온난화 대책이 없이는 2100년 우리나라는 58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환경정책평가원 연구보고서의 발표가 있었다.
지구가 이렇게 되어가는 판에 유독 하남시청은 지구온난화에 가세하고 돈 벌어 잘살아 보겠다는 것이다. 명품거리 만들 돈을 마련하고자 광역화장터를 유치한다는 창조적(?) 발상이 나온 것이다. 붕어빵이 붕어의 빵이 아닌 것처럼 화장터는 시민의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하남시를 다시 생각해 본다. 황소 한 마리와 개구리 몇 마리가 논두렁을 걷다가 난동을 부린다. 각자들은 나름대로 성질을 내 보지만 그 피해의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개구리 몇 마리가 벼논에 들어가 저들끼리 성질을 내어 진탕질 해 봐야 벼 포기가 부러질까? 그러나 한 마리 황소가 횡포 부리면 엉망진창 된다. 마찬가지로 지역행정의 실권자가 과오를 저지를 때 그 뒤에 지역민에게 오는 피해는 엄청나다.
권광식 칼럼니스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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