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라(아름다운재단 투고)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바로 이 일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어린 시절 내가 꿈꾸었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직업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으니까. 내 꿈은 작가였다. 우유 먹고 자고 우는 것이 일상의 전부가 아니게 된 순간부터 내 곁에는 늘 책이 있었다. 어머니는 책을 샀다하면 전집이었고 내 나이보다 한두 살 위의 연령에 맞는 책까지 미리 사두는 치밀함을 보이셨다. 나는 책을 사랑했다.
12시 종이 칠 때 달아나는 아가씨와 사과를 먹고 체해 잠든 공주의 이야기부터 중국 아저씨들이 목숨 걸고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싸우는 스케일 큰 전쟁 이야기까지 책이 주는 세계는 끝이 없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눈으로는 초원을 뛰어다니는 로라 잉걸스를 쫓아다녔고, 나를 자리에 눕히고 어머니가 불을 끄고 나가시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불빛에 의지해 주디 애보트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쓴 편지를 읽는다.
자연스럽게 내 꿈은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지나 가족 같은 분위기의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내 모습을 본다. 하지만 막상 책과 하루 종일 씨름하며 지내는 시간 동안 책이 주는 셀레임과 따스함을 잊고 살지 않았나 싶다. 공부가 우선순위가 되던 학창 시절에는 책을 읽을 여유조차 잃어버렸다. 아는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추천도서 정도였다. 추천도서 중에 어린 시절에 이미 읽은 책이 있다는 사실에 좋아하는 각박한 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중고등학생 시절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편집자가 되었을 때 책은 또 한 번 그 성격을 달리했다. 그것은 나에게 일이었고 의무였고 책임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원고를 통해 감동을 얻기보다는 어디를 좀 더 손 봐야하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더 적절할지 분석하고 따지게 되었다. 다른 책을 보면서도 이 책의 어떤 부분이 좋으니 다음에는 나도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은 직업이 된 것이다.
여러 책을 작업하면서 즐거웠던 때도 있었고 심신이 피곤했던 때도 있었다. 최근에 작업한 책이 있는데 1세에서 100세에 이르는 각각의 나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글을 직접 모아 만든 포토에세이다. 100년에 달하는 특정 나이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나름의 정의, 그 나이에 대한 추억 등을 공모하여 뽑았고 그에 어울리는 사진도 선별했다.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던터라 일하는 내내 무척 고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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