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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스페인의 어느 산골에 사는 한 학생이 해군사관생도 입학시험에 응시했다. 매 시험시간 마다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았다. 마지막 미술시험시간에 군함을 그리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다른 수험생들은 도화지에 군함을 열심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는데, 이 소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산골에 살아 큰 배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천정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감독관이 시험 종료시간 1분 전이라고 말했다.
몹시 당황한 이 소년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이 있었다. 다급한 이 수험생은 30초 동안 정신없이 빈 백지를 연필로 엷게 칠하고, 도화지 한 가운데에 까만 점을 하나 그렸다. 그리고 도화지 우측 하단에 「야간 항해 중 」이라고 적어 넣었다. 이러한 재치덕분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을 했고, 이 소년은 나중에 유능한 해군제독이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해군의 상징은 역시 군함이다. 지난 5월 25일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도크에서 우리해군의 숙원사업인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진수되어, 미국, 일본, 스페인, 노르웨이에 이어 다섯 번째의 이지스함 보유국이 되었다. 이지스함은 현대전의 총아로 불리고 있어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발돋음 하는데 필수적인 존재라고 한다. 이번에 세계최강의 해군으로 발 돋음 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우리해군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국민 모두의 경사이다.
이지스(Aegis)라는 말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이 그의 딸 아테나에게 선물로 준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를 의미하고, 이지스함은 첨단 레이더인 이지스체시스템을 갖춘 군함을 말한다. 이지스시스템은 1,000km 밖에서 항공기 900대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20여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화 시대인 21세기는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해군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강한 해군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자원의 보고이자 전략물자 수송로인 해양을 지킬 수 없고,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바다를 지배하고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발전과 경제적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이후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바다를 이용한 수출주도형 전략으로 국가의 부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대국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고, 이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세기 전에 한 산골소년이 해군사관학교 입학시험 미술시간에 점 하나로 군함을 그리는 재치와 지혜를 발휘하였듯이, 앞으로 심도 깊은 해양개발과 그 활용방안을 어떻게 강구해야 할 것인가가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이다. 이 과제를 풀어나가는 방법 중의 하나가 유사시 먼 바다에서 우리의 상선과 원양어선 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강한 해군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번에 꿈의 함정인 이지스함을 우리의 기술로 땅 위에서 건조하여 바다로 끌고 가 띄우는 진수식을 개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리 모두가 축하의 박수를 보낼 일이다.
조성민 칼럼니스트 cho28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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