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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낳게 되면 아버지는 일단 이 세상에서의 ‘할 일’ 중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한다. 어쩌다가 하던 일을 못 마치고 세상을 뜬다고 하여도 자신을 닮은 아들이 있으니 마음 놓고 눈을 감아도 든든하다는 것이다. 종족유지의 본능이 강한 남자들에게 있어서 아들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복제물이요 분신인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8일, 그들은 서로 맞을 만큼 맞고, 때릴 만큼 때린 후에 폭탄주를 돌려 마시고는 “남자답게 화해했으니 없던 일로 하자.”면서 그날의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스토리로만 보면 상당히 ‘남자다운’ 사람들의 사건으로 특히 라스트신(last scene)이 멋있는 편이다. 그리고는 두 달이 흘러갔건만 때아니게 그 사건이 확대 재생산되어 매스컴의 톱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현상(奇現象)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같은 직장이나 골목의 사람들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하여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이 시기에 어찌 손톱만큼이라도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있겠는가. 먼저 때린 쪽은 북창동 어느 술집의 종업원들이요 나중에 보복한 쪽이 대한민국의 유수한 재벌 총수 측이라는 데에 온 국민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은 가정의 달인 이 5월에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되새기게 해준다. 총수님은 아들을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고, 자기 자신이 ‘하찮은’ 술집종업원들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이 술집 종업원이거나 귀족이거나 아들일지라도 법도에 따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국 한나라 초기에 만석군(萬石君) 석분(石奮)이라는 고관이 있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른 자손이 있으면 그를 꾸짖지 않고 스스로를 꾸짖어 방에 들어 앉아 있으면서 밥상을 대해도 음식을 들지 않았다. 자손들이 서로의 잘못을 밝히며 진심으로 사죄를 하여야만 겨우 용서를 했다. 서울의 치안장관인 작은 아들이 어느 날 술에 취해 마을의 외문을 들어올 때도 수레에서 내리지 않았다. 만석군은 그것을 알자 노하여 밥을 먹지 않았다. 그 아들이 옷을 벗고 황공히 사죄를 했으나 들은 척도 안했다. 그리하여 맏형을 비롯한 온 집안 모두가 웃옷을 벗고 사죄를 하자 비로소 용서하긴 했지만 그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하였다고 한다. “너는 높은 사람이니까 아버지가 사는 마을에 들어와도 수레 안에 태연히 앉아 있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
만석군의 아들과 손자들은 모두가 효자이고 큰 인물들이 되었는데, 만석군으로부터 일찍이 법도를 배우고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법도’가 있다는 사실이며, 가정에도 법도가 살아있어야만 그 가정이 화목하고 번창하는 것이다.
“지금이 생애 가장 어려운 시기” “너무 감정이 복받쳐···이런 사건 될 줄이야.”라는 표현으로 후회하고 있는, 무조건적으로 아들을 사랑했던 부정(父情)이 안타깝기도 하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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