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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검단산의 속삭임한양대 법대 조성민 교수
  • 조성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07.04.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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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파란 옷을 입기 시작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냉이가 싹을 틔워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이른 봄이다. 산비탈 개나리가 노란 웃음을 함박 띠우고, 개천가엔 목련이 농염한 몸매를 맘껏 뽐내고 있다. 사월 첫째 일요일 새벽에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봄내음을 한껏 들이키자, 저 멀리서 검단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유혹하는 것 같아, 배낭을 챙겨 어깨에 걸쳐 메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검단산 입구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앞에는 많은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빗물을 흠뻑 머금은 흙길의 감촉이 부드럽고, 길 양옆으로 무리지어 서있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비로 세수하고 봄꽃으로 곱게 단장한 검단산 등산길에 퍼지는 새소리, 바람소리에 온갖 잡념이 씻겨 내렸다.

한참 걸어 올라가자 가파른 전망바위 길이 앞을 가로 막았다. 급경사 바윗길이라 올라갈 자신이 없어 머뭇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자, 검단산이 촉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산에 올라가다가 장애물을 만나거나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봉우리를 향해 희망을 가지고 전진해야 합니다.”

이 속삭임에 갑자기 용기와 자신감이 생겨, 밧줄을 꽉 잡고 엉금엉금 기어 바위를 타고 넘었다. 험한 바윗길을 지나 터벅터벅 걸으며, 산에서는 어느 누구도 특혜를 누릴 수 없고 남자건 여자건 어른이건 아이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므로, 누구든 땀 흘린 만큼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산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대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렵사리 정상에 올라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산에 올라오며 등에 잔뜩 지고 온 땀을 봄바람에 날려 보내자 몸이 개운했다, 땀 흘리고 난 뒤에 산봉우리에 앉아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은 꿀맛이었다. 올라오며 쑤시던 다리에 어느 새 힘이 다시 생겨 넘치는 자신감으로 발아래 펼쳐지는 사방의 관경을 바라보며 희희낙락할 때, 검단산이 또 속삭였다.

"산에 올라와서는 겸허한 자세로 남을 배려하고 초심을 잃으면 안 됩니다.”

이 속삭임을 들으며 정상에서 느끼는 기분은 최고지만, 늘 정상에만 머물 수 없으므로 곧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 즉 어려운 일을 성취한 후에는 자만하지 말고 또 나태해서는 안 되며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쉬고 난 후 산곡초등학고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보다 힘이 덜 들어 좋았다. 약수터를 지나 만난 돌계단이 만만해 겅중겅중 뛰다가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고꾸라질 뻔 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힘차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노라니, 검단산이 차분한 목소리로 소근 거렸다.

"산을 내려올 때는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이 속삭임을 듣고 부끄러운 생각에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산을 내려오면서 걷기 쉬운 길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되고, 생활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여 방탕하거나 으스대서는 안 되며, 사물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에서 내려와 심호흡을 하며 검단산이 오늘 나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다음과 같이 새겨보았다.

산에 올라가는 청년 시절에는 야망을 가지고 어떤 고난을 만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꿋꿋하게 딛고 일어서면, 그것이 성장의 발판이 되고 성공의 삶을 살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산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중년에는 자만심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산을 내려오는 노년에는 여유를 가지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등산하는 길이 우리의 인생길과 똑 같다는 깨달음을 가슴에 안고, 검단산과 작별인사를 하니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조성민 칼럼니스트  cho28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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