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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사람들 10여 명이 친목회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 모임결성에 남다르게 앞장서던 사람이 스스로 회장을 맡았고, 다른 회원들은 ‘골치 아픈’ 회장 자리를 자진해서 맡은 그에게 고맙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겼다. ‘회장님’이 갑자기 위엄을 갖추신 것이다. 회장님께서는 회원들을 부하 다루듯이 함부로 대하고, 동네 유지 행세를 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었다.
거기에 회원 중의 한 사람이 ‘비상한’ 머리를 동원하였다.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회장님을 수행하는 비서 역할을 자처하고는, 회장님의 지시사항 운운 하면서 모든 일에 앞장서는 등 회장의 위신을 높이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아마 그는 차기 회장을 노리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것 같았다.
평화롭던 골목에 갈등이 싹트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권력투쟁으로 볼 수 있는 싸움이 벌어졌다. 누구를 위한 친목회냐, 불평분자는 가차없이 제명하겠다, 라는 구호가 난무하고 서로가 멱살잡이하는 등 살벌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 회장은 골목의 친목을 더욱 돈독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친목을 깨뜨렸으니, 회장 그릇이 못되는 것이다. 물론 그 머리가 비상한 자도 친목회의 일원이 될 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땅에서는 그릇이 부족한 인물이 빼앗다시피 자리에 앉아버리는 통에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부작용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릇이 아닌 사람이 청와대를 차지하니 IMF를 맞게 되고, ‘홍삼 트리오’가 설치고, 정국이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그릇이 형편없는 사람이 국회의원, 시장이 되다보니 별별 해괴망측한 사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거나 명예를 누려야 할 고고한 자리에도 그릇이 못되는 자가 뻔뻔스럽게 차고 앉아 사욕을 채우고 횡포를 부리는 부작용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나라는 원래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마땅한 도리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자신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는 풍토가 만연하더니, 그러한 행위에 능한 자가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영광을 누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현재 이 나라와 사회가 뒤숭숭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그릇이 모자란 자들이, 역량이 부족한 자들이 무책임하게도 그 자리에 앉아 이 나라와 사회를 실험대상으로 농단(壟斷)하기 때문이다.
그릇이 못되는 사람이 이 나라와 사회의 지도자가 되는 불상사를 방지하는데, 우리는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골목의 친목회 회장이나 그 앞잡이조차 그 그릇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만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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