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성군은 『삼국사기』의 ‘도미전’을 『삼강행실도』(서기 1432년)에 수록하여 열녀의 표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동사열전』을 비롯하여 『동국통감』, 『오륜행실』, 『신속동국행실』 등에도 수록하여 지속적으로 추모한 한국열녀전의 효시(嚆矢)이자 가장 위대한 열녀전이다.
먼저 『삼국사기 도미전』을 다음에 옮겨 놓고 그 내용을 세밀히 살피기로 하겠다.
《도미(都彌)는 백제 사람이었다. 비록 벽촌 소민(編戶小民)이지만 자못 의리를 알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도 절행(節行)이 있어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개루왕(蓋婁王)이 소문을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貞潔)이 제일이라 하지만, 만일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좋은 말로 교묘히 꾀면 넘어가지 않을 여인이 거의 없을 것이다”라 하였다.
도미가 대답하기를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신(저)의 아내는 죽더라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그녀를 시험하려고 일이 있다하여 도미를 궁궐 안에 머물러 있게 하고 가까운 신하에게 왕의 옷과 말ㆍ몸종을 딸리어 밤에 그 집에 가게 하였는데, 먼저 사람을 시켜 왕이 오신다고 기별을 하였다.
왕(가짜)이 그 집에 도착하여 도미 부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래 전부터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네 남편과 내기 장기를 두어 내가 이기었다.
내일은 너를 왕궁으로 데려가 후궁을 삼을 것이니 이제 너의 몸은 나의 소유인 것이다.”라고 하면서 가까이(亂行)하려 하였다.
이에 부인이 말하기를 “국왕께오서 망령된 말씀을 하실 리가 없사온데 어찌 제가 감히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청하옵건대 대왕께서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소서. 곧 옷을 갈아입고 들어가 모시겠나이다.”라 아뢰고 물러 나와 미모의 몸종을 곱게 단장시켜 대신 들어가 수청을 들게 하였다.
후에 왕이 속은 사실을 알고 격노하여 남편 도미에게 속인 죄를 물어 두 눈동자를 뽑고 끓어 내어 조각배에 실어 강물에 띄워 버렸다.
그리고 그 부인을 다시 끌어들여 왕이 강제로 범하려 하자 부인이 “지금 저는 남편을 잃어버린 몸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혼자서 살아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하오나 지금은 월경으로 몸이 더럽사오니 다른 날에 목욕재개하고 오겠나이다.”라 아뢰니 왕이 믿고 허락하였다.
부인은 그 길로 도망쳐 남편이 버려진 강가에 이르러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는 중에 홀연히 조각배 한 척이 떠내려 왔다. 그 배를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남편을 만났는데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거기서 부부가 풀뿌리로 연명하며 드디어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의 산산(蒜山) 아래로 가니 고구려 사람들이 불쌍히 여기며 옷과 먹을 것을 주어 구차스럽게 살면서 객지에서 일생을 마치었다.》
![]() |
||
| # 상감행실도의 도미전 삽화 | ||
그것도 두 번씩이나 발휘한 기지가 아닌가! 비록 여인의 몸은 가냘프고 연약하지만 정결을 지키려는 마음은 강하고도 담대하였다. 목숨을 걸고 사수(死守)한 순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희대(稀代)의 여인을 어찌 하늘이 돌보지 않고 버리겠는가? 하늘은 결코 무심치 않았다.
남편이 두 눈을 잃고 버려진 강가에 황급히 달려가 땅을 치며 하늘을 우러러 대성통곡(大聲痛哭)할 때 하늘은 그녀에게 한 척의 조각배를 보내었다. 하늘이 도우신 기적이다. 그녀는 그 조각배를 타고 남편이 먼저 떠내려간 물길을 뒤따라 내려갔다.
저절로 하구(河口)에 이르러 한 섬에 도착하니 거기에 신음하는 남편이 있었다. 기적적인 해후가 아닐 수 없다. 외모의 아름다움보다 속마음이 더욱 아름다운 여인! 비록 무인고도(無人孤島)에서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눈 빠진 남편을 살리어 고구려 객지에 가서 살았을망정 지아비를 만나 섬기며 사랑 받는 재생의 기쁨을 누리었으니 지킨 그 여인의 정절(貞節)이 얼마나 고귀한가! 이처럼 고상한 열녀의 행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삼국사기』의 원문(都彌傳)의 내용으로 돌아가 얽힌 문제들을 풀어보려 한다. 이 원문에서 파생한 전설이나 전기 그리고 구전설화의 내용들은 마음대로 보태고 뺀 허구가 많다.
그래서 필요할 때에 필요한 부분만을 인용할 것이다. 『삼국사기 도미전』의 내용이 최초의 기록이기 때문에 이것에서 파생된 엉뚱한 내용이나, 가감된 내용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위에 옮긴 『삼국사기』의 내용은
(1)도미전의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언제였던가?
(2) 도미전의 사건이 전설화 또는 전기화한 시기는 언제쯤인가?
(3) 도미부부가 살던 곳(고향 또는 거주지)은 어디였던가?
(4) 도미는 과연 평민(編戶小民)이었던가?
(5) 체형(體刑)을 당한 뒤에 버려진 강안(江岸)은 어디였던가?
(6) 도미처의 배가 도착하여 남편을 해후한 천성도(泉城島)는 어디였던가?
(7) 망명하여 여생을 마친 '蒜山'은 어디였던가? 등의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일곱 가지가 이 글이 풀어야 할 핵심 문제들이다.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남] "3호선 첫 삽도 안 떴는데...감일에 또 6,50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