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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통과 선생님

아름다운 재단 간사 정경훈

어느 겨울, 나눔의 식탁 행사준비로 정신이 없던 때였습니다. 약간은 익숙한 듯, 약간은 멋쩍은 듯 기부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청량리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선생님이셨습니다.

사탕상자 안에 든 저금통을 꺼내시며, 작년에도 이맘때쯤 저금통을 기부하러 오셨다는 말씀에 아차!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작년에도 나눔의 식탁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 저금통을 들고 조용히 기부하러 오셨던 바로 그 이만석 선생님이신 것입니다. 당시에도 저금통을 받고 나서 이후에 제대로 연락도 못 드렸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만석 선생님께서는 작년에 인천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이셨고, 반 아이들 3명과 함께 저금통을 들고 아름다운 재단을 찾아오셨습니다. 아이들이 지각을 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발적으로 저금통에 벌금으로 기부를 하게하여 채운 저금통이었습니다.

‘아하, 잘못에 대한 제재도 강제적이고 부정적인 처벌이 아니라 이렇게 나눔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구나. 이것이 또 하나의 살아있는 나눔교육일 수 있겠구나!’ 정신이 없던 와중이지만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재단을 소개하고,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번 기쁘게 설명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이만석 선생님께 이번에도 작년처럼 저금통을 채우셨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생님 혼자 모으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홀로 아이 과자 값을 아껴 저금해 오신 돈이라며, 가난한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위해서 써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잠깐은, ‘아이 과자 값까지 아끼며 저금하실 필요까지야’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나 마음 속 깊이 다른 아이들의 먹을거리 문제에 고심하셨으면, 사랑하는 자녀들의 과자 값까지 아끼며 저금통을 채우셨을까’하고 다시 생각하니 제 마음은 존경과 감동으로 먹먹해졌습니다.

다시 인사하고 사무실을 떠나시는 선생님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지각의 잘못 때문에 부끄러워 저금통을 채웠던 그 중학생들이, 자기 과자 값을 1%를 떼였던 이만석 선생님의 자녀가,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자라서 선생님의 깊은 나눔의 뜻을 이해하기를,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기를, 그래서 또 하나 우리 사회의 작은 희망 하나가 되기를, 작은 저금통 하나를 채워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과 그 자녀들과 이 소중한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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