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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나그네와 뱃사공
  • 조성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06.12.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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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을 지나던 나그네가 그곳의 경치가 맘에 들어 주막에서 며칠 묵어가게 되었다. 거기에 머물고 있을 때 동네노인들이 그 마을의 역사와 지명의 내력에 관하여 흥미진진하게 얘기하는 것을 귀동냥하게 되었다. 그는 재미있는 그 얘깃거리를 누구에겐가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나그네가 다른 마을로 가려고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에서 배를 탔다. 그는 마을에서 얻어들은 얘기를 뱃사공에게 은근히 과시하고 싶었다.

"저 윗마을의 역사에 관하여 잘 아시오?” 나그네가 묻자, 잘 모른다고 사공이 대답했다.

“당신은 인생을 20% 헛살았구려” 그가 말하며, 사공에게 멸시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면 그 마을이름의 유래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있오?” 라고 묻자, 그런 걸 모르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인생의 절반을 헛살았구려” 나그네가 사공을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이런 대화를 하는 동안 나룻배가 강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두 사람이 타고 있던 배가 뒤집혔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그네를 보며 사공이 물었다.

“당신은 아는 게 많으니 헤엄도 잘 치겠구려?”

“나는 헤엄을 전혀 칠 줄 모르오. 그러니 물에 빠져 죽지 않도록 제빌 나를 좀 도와주시오”

“물에 빠졌는데도 헤엄을 칠 줄 모른다니 당신은 인생전부를 헛살았구려”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경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든 것인 양 우리들이 잘못 생각하며 생활하기 싶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며 교만하기 쉽다. 그러나 자기가 남보다 아는 게 조금 더 있다고 이를 뽐낸다면 자신의 인품을 망칠 수 있다. 꽃에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뱃사공은 설사 남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있어도 이를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노를 저으며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뱃사공은 삶의 경륜을 통해 주위의 꽃의 향기만 맡아도 어떤 꽃인지 알 수 있다. 살을 에는 추위에서도 살아남는 야생화를 알고,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꽃이 무엇인지도 안다. 또 강물의 흐름을 알아 어디에다 그물을 던지면 고기가 잘 잡히는지도 안다. 이는 긴 강을 오르내리며 몸으로 체득하며 얻은 사공만이 아는 비결이다. 그렇지만 말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사공은 떠벌리지 않고 유유자적 하며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나그네와 같이 무언가에 대해 조금 아는 것을 남에게 과시하려고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싸움에는 능할지 몰라도, 자신과의 싸움에는 소홀하기 쉽다. 남보다 내가 잘 낫다고 생각하는 우월의식은 자기 자신을 가두어 놓는 자승자박의 감옥이다.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살아간다. 이런 사람은 강물에 빠져 위기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받기 어렵다. 우리주위에 나그네와 같이 뽐내기를 좋아하고 겸손해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면 품격이 떨어진 독선으로 가득 찬 사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

우리가 품격을 갖추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의 겸손을 배워야 한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지 결코 거슬러 올라가는 법이 없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것이며, 상대를 높여줄 때 비로소 자신도 높아지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겸허한 자세로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위해줄 때 살맛나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성민 칼럼니스트  cho28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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