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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만에 내린 단비 때문에 텃밭의 무, 배추들이 생기 충만한 날이건만 교차로 저널에 실린 “화장장 유치 구상” 기사를 읽고 울적한 하루 속에 상소하는 기도의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도시발전을 위해 화장장 유치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으면 제시해 보라”는 시장의 윽박지르는 말로 보건데, 개발사업은 움직일 수 없는 시정의 목표이고 화장장은 필요 충분한 수단으로 확신에 차있는 것 같다.
어떻게 된 것인지 개발, 발전 만능주의 깃발을 들어야 똑똑한 사람이 되고 이들의 거센 공격 앞에 맥을 못 추는 세상 분위기가 되고 있다. 똑똑하신 분들은 “지역발전의 나아갈 길”을 말하면서 “바로 이거거든”이라고 하신다. 반면에 똑똑하지 않고 착한 사람들은 자기한테 당장 이해관계가 없어도 “지역이 좋아진다는 데에야” 하고 희생정신에 나서고 만다. 개방화시대 살아남기 위해 어디서 무슨 돈이든 끌어와야 하고 작은 희생 감수하자가 먹혀들고 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던데 “소수는 전체를 위하여!” 사회주의적 전체주의 망령이 상통하고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 통에 한미FTA 협정과 전쟁불사론이 기운을 타면서 착하지 않지만 똑똑한 사람이 기를 펴고, 똑똑하지 못해도 착한 사람이 몰리는 판세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자신의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아버린 이야기가 있다. [나우루]섬은 1896년 인광석 개발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와 한때 남태평양의 가장 잘사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인구 유입과 생태계 파괴의 대가로 받은 풍요는 비만과 당뇨병을 온 섬에 선물했다. 1910년 일본의 토야마현 주민들은 병원출입이 일상이었다. 병원 환자 둘 중에 한명이 죽게 되는 질병에 시달렸지만 어느 의사도 원인불명이라는 말 이외에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50년이 지난 1968년에야 제련공장 굴뚝에서 나온 연기 먼지 (카드뮴)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시멘트 공장 밀집 영월 서면 지역은 후두암 발병률이 전국평균 3배 (1999~2002년 마을 주민 45명 암발생: 국립암센터 자료)나 된다.
생활쓰레기 및 산업폐기물의 소각 때 엄청 발생된다는 “다이옥신”은 독성이 청산가리의 최고 1만배에 달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다이옥신”은 암, 불임,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가장 무서운 독성물질이다. 화장장은 다이옥신 배출의 한 진원지요 범인이다.
“화장장 유치”는 생명을 팔아 돈을 챙기는 안타까운 발전모델이 안 된다는 보장을 누구도 못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동네 허리에 걸쳐있는 고압선 철탑도 저리 쉽게 설치되지 않았을 것이다. 저것 때문에 동네마다 께림찍하고 있는데, 화장장 유치는 지역의 온 생명에는 설상가상 아닌가. 그나마 지역주민 위한 화장장이 아닌 수도권 일원에 제공하는 국내 최고최대라니 인구, 교통, 환경의 과밀화-과부하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살충제의 무서운 해독에 대해 폭로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나오고 45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우리는 돈 앞에서 카슨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생명의 메커니즘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정말로 돈이 없어서 지역발전이 안되고 가난해 지는가? 그렇게 치밀한 경제학도 국민총생산(GDP) 계산에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잠자리, 개구리, 지렁이가 주는 가치 그리고 우리가 자연환경으로부터 얻는 평화로움과 즐거움은 빠져 있다. 그러나 진실로 GDP와 지역개발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의 향상과 지속가능한 사회가 목표일진대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해서 저들의 생명적 역할은 지대하다. 현금이 아니라서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화장장의 연기속 비밀을 똑똑하지 못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알게 되면 “이건 아니다”라는 아우성이 엄청 커질 것이다. “이 길이 아닌가 봐, 우리 잘못 가고 있나봐.” 화장장이 들어서자면 하남 하늘이 한층 뜨거워 질 것 같다.
권광식 칼럼리스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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