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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을 살아가자면 평안과 즐거움 보다는 고난과 갈등을 더 많이 겪는 것이 보통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마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산에 가자며 집을 나설 때는 산에 간다는 즐거움 때문에 발걸음이 가볍지만,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오를수록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고 땀이 나고 힘이 든다. 매일 아침 산에 오는 사람도 “매일 산에 와도 매일 힘이 든다”고 말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거나, 많거나 산에 오는 사람치고 산이 힘들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없으며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산에 가는 것이 즐거운 것은 힘들어도 올라가는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이 세상이라면 산을 오르는 것은 살아가는 것,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힘이 들어도 계속 걸어야 정상까지 가고, 산행 길을 완주할 수 있듯이, 사람은 힘이 들어도 자기에게 주어진 세상을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고, 자신의 삶의 터전이 불안정해 질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자기 자신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철저히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벽을 높이 쌓고, 그 안에 자기의 터전을 마련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삶의 수단인 돈을 사랑하게 되고, 부(富)와 명예(名譽)를 사랑해 거기에다 일생을 거는지도 모른다. 부와 명예는 마치 산의 정상(頂上)같은 희망의 실체여서 누구나 이루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 결과 간혹 사람은 힘이 조금 생기면 자만해져 거만해지고 교만해지고 뽐내며 우쭐대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고집이 자라고 충성스럽지 못하고 감사할줄 모르고 사랑하지 않고 자제하지 않고 마음을 주고 받지 못하며 시기하고 미워하고 결국은 신의를 저버리고 비방하고 중상하고 배반하고 원망과 원한을 품으며 난폭하고 사람의 본디 마음을 잃고 쾌락을 즐기고 부모에게까지 순종하지 않는 좌충우돌 자기 본위의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은 마음과 몸에 가시가 돋아 세상을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한다. 옆에서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낫게 사는 사람들, 나에게 맞서려는 사람, 내 위에 서려는 사람, 나보다 나아지려는 사람을 볼 수없어 그들을 향해 마음의 돌팔매를 하고 막대기와 몽둥이를 휘두르고, 그런 쓰레기를 마음 한 쪽에 쌓아 놓고 있다.
이는 상대가, 주변 사람들이 잘되는 것이 내가 잘 되는 것이라며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평안을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가 지는 것이 내가 이기는 것이라는 경쟁하는 마음, 내가 꼭 이겨야만 하고, 나만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상처와 아픔을 준다는 사실도 모르거나 아랑곳 하지 않고, 살아가는 수단과 방법이라며 마음에 쌓아둔 그런 돌과 막대기, 몽둥이 등을 마구 던지고 휘두르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산다.
또한 이와 반대로 한 쪽에서는 그 동안 내게 섭섭하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하고 내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내게 준만큼 그에게 아픔을 주기 위해 마음 한 쪽에 돌과 몽둥이를 쌓아 놓고 산다. 언제나 기회가 되면 던지고 때리려고 쌓아 놓은 마음의 돌무더기, 쓰레기들, 이 같이 마음에 쌓아 놓은, 재활용도 못할 마음의 쓰레기들을 버리자고 하고 싶다. 서로 상처만 더 깊게 하고 분노와 욕심의 유혹에 마음을 빼앗겼던 어리석음을 내 마음 속에서 모두 털어버리고 그 자리를 깨끗이 씻고 시원하게 비워 가벼운 마음으로 살자고 하고 싶다.
산은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는 것. 산을 내려오면 힘 들었던 것도 땀을 흘렸던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산을 한 바퀴 돌아 왔을 뿐이다. 남는 것은 산을 어떻게 갔다 왔느냐는 것 뿐이다.
누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이승의 것을 하나라도 갖고 가는 것을 보았는가. 그래서 사람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잘 살았거나 못 누리고 살았거나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인생은 허무하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이 세상에 왔으면 우리는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누구는 젊다고 늙지 않는가. 잠시 머물다가는 세상. 우리는 흘러가는 세월 속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길지 않은 인생길에서 사람들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는 못할 지라도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나를 아프게 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에게 돌팔매를 하고, 때리려고 돌무더기, 막대기, 몽둥이들을 늘 마음 한 쪽에 쌓아놓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갈 길도 바쁜데 무거운 쓰레기들을 몸에 담고 산을 올라가야 하는가, 계속 원망과 갈등의 돌팔매를 하고 막대기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며 머뭇거리며 살 것인가. 이렇게 사는 사람들에게 언제 갈 길을 갈 것인가 묻고 싶다.
나의 인생길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을 놓고 비춰 보아야 한다. 우리는 마음 어디가 무거워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밝은 지혜와 분별력과 관대함, 하늘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의 한계를 알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를(我慢)버리고 따뜻한 신의를 찾을 때, 마음의 평화, 빛은 오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사람이 살다보면 남의 도움을 받고 위로도 받아, 일생동안 나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을 잊지 못하며 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를 억울하게 하고 섭섭하게 하고 상처를 주고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들을 마음 한 구석에 남겨두고 살기 마련이다.
살아가기에 힘들어 발길도 무거운 세상길에 나를 짓누르는 마음의 무거운 짐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좋은 것, 고마운 것만을 생각하며, 발걸음 가볍게 , 마음 가볍게 살아가자고 하고 싶다. 살면서 고난과 갈등을 겪더라도 사람들을 원망하지 말고 상처를 주지 말며 살자고 하고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되기만 하는 마음의 쓰레기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즐겁고 기쁘게 인생길을 가자고 하고 싶다.
이석형 칼럼리스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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