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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무시하는 사람, ‘나’라는 존재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 내게는 어떤 가치조차 없다고 철저하게 확신하고 있는 사람, 그래도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아예 믿지 않기에 물어보지도 않고, 아예 시킬 엄두도 안내는 사람, 내가 뭘 좀 해볼까 생각이라도 하면 당장 코웃음을 치고 비웃는 사람,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거 봐! 꼴 좋다! 네 주제를 알아! 하고 소리치는 사람, 한 두 번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없이 나를 걸고 넘어지고 비난의 화살을 수없이 쏟아대는 사람
이 못난 것, 이 바보! 넌 원래 그래! 넌 틀렸어! 희망이 없어! 안돼! 틀렸어! 그만둬! 나를 기가 죽게 하고 한숨 쉬게 하는 사람, 그 잔인하고 못된 사람, 나를 침체시키고 바보로 만드는 그 범인은 누구입니까? “맞아요, 우리 부모예요” 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내 자신입니다. 나를 가장 무시하는 것도 나고, 나에 가치를 가장 늦게 인정하는 사람도 나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나고, 나를 걸고 넘어지는 것도 나입니다.
그건 겸손도 아니고 무지함이고, 내 앞길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 일 수 있습니다.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살면서, 왜 나는 못하지? 아무것도 땀 흘려서 해보지도 않고, 나는 안돼! 나는 못해! 나는 틀렸어! 나는 원래 그래! 내 주제를 나는 너무 잘 알아!, 못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 듯이 못남이 특별함이듯 그걸 증명하려고 애씁니다. 나도 나를 싫어하고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알아주고, 인정하고 좋아하겠습니까! 나도 나를 못 보는데 생각하기도 싫은데 누가 나를 위하고 챙겨주겠습니까?
제 자신도 못남을 자랑하며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겸손으로 알았고 현실 파악을 잘 하는 똑똑한 일로 여겼습니다. 재능이 없는 부모를 만난 탓이라고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그게 내 탓이었고, 내가 나를 가장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수고도 없이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은 허황되리 만큼 많았던 시절, 내 주제에 뭘 바라겠나! 남들을 부러워하며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며 살았던 적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내가 나를 무시하는데서 벗어만 나면 또 다른 내가 보이고, 다른 세상이 있는데 그것을 못 보고, 못 느끼고 어리석게 희망 없이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별나라로 여기며 부러워했던 것은 모두 내 탓이었습니다.
자신을 자신이 가장 늦게 인정함으로 힘들게 살고, 왜곡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자신에 대한 무지함 때문에,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신나게 노래할 수 있을 때 울고, 만족스러워 할 때 허덕이며 한숨 쉬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범인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모른 체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시길.
여러분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 그 이상의 여러분입니다. 온 세상의 전부보다도 더 값진 여러분임을 모르면 우리는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박성균 칼럼리스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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