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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가을이야기
  •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 승인 2006.09.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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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있어서 지난 여름은 유별났다.

40여 일 동안 방방곡곡을 초토화시킬 것 같았던 호우의 빗줄기를 겨우 헤치고 나오자,

이제는 찜통 같은 무더위가 우리의 혼을 빼놓을 듯 했었다.

어느덧 백로가 내일로 다가왔다.

그 여름날은 이미 추억 속에서 바래져가고, 이제는 가을맞이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아직도 온 나라가 바다이야기의 ‘바다’에 풍덩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가을의 문턱에 서있는 우리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조선시대 중종 때 남곤은 심정 등과 함께 백성들의 추앙을 받고 있던 조광조 등 어진 선비들을 축출한 기묘사화의 주역이다.

유몽인이 지은 ‘어우야담’은 다음과 같이 남곤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 남곤은 비록 명예를 드러내기를 좋아하였지만 많은 선비들이 그를 좋지 않게 보고 알 듯 모를 듯 욕지거리를 하는지라, 속으로는 적이 못마땅하였지만 겉으로는 예절로서 대할 수 밖에 없었다. 울분이 쌓이고 쌓인 남곤은 마침내 허무맹랑한 사실을 꾸며 많은 선비들을 얽어서 모조리 쓸어버렸으니, 차마 못할 짓을 하고 만 것이다. 남곤이 나이가 들어 늙게 되니 항상 젊었을 적 허물을 뉘우치며, 홀로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홀로 난간을 두드리며 탄식하여 그 강개한 모습이 현저히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래서 평생 동안 지은 글을 모두 불더미 속에 집어넣으며 한탄하였다 한다. 남곤의 문장은 그 격이 매우 높아서 우리나라에서 견줄 만한 것이 흔치 않았다.”

남곤이 최고의 벼슬인 영의정까지 지냈건만 후세의 평가는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을을 맞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무겁게 느껴지는 겨울로 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품격이 있는 것인가.

큰 뜻을 펼치려다가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조광조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인가.‘차마 못할 짓’을 하더라도 부귀영화를 누리며 몇 해 더 사는 것이 인생의 지혜인 것일까.

그래도 후회를 할 줄 아는 남곤의 일생을 반추하는 것이 가을다운 수확이 아닐까. 

곽근홍 교차로저널 발행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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