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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랑나무
  • 조성민 칼럼리스트
  • 승인 2006.09.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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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숲에는 공간이 부족해 나무들이 서로가 부딪치면서 맞닿게 마련이다.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나뭇가지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 지나다보면 협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치를 깨달은 나무들은 좁은 공간에서도 가지를 서로 다른 곳으로 뻗으며 잘 자란다. 그런데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면서 나무줄기와 나무줄기가 하나로 합쳐져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라는 특이한 나무가 있다. 이러한 나무를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한다. 이 연리목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나갈 수 있도록 아예 몸을 하나로 합쳐 자란다하여, 남녀 간의 애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연리목을 사랑나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사랑나무는 서로 의지하면서 공생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전에 충청북도 제천에 있는 청풍호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두 나무가 중간에서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두 줄기로 뻗어 올라가는 연리목을 처음 보았다. 너무나 신기하고 희귀한 나무를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다음과 같이 시를 지어 보았다.

 멍하니 쳐다봐도

 키가 쑥쑥 자란 나무

 어느 새

 둘은 한 몸

 하늘로 가고 있다

 보는 이 즐거워

 발길

 마냥 머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아래에 몬트레이 시가 있다. 아름다운 태평양과 잘 다듬어진 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미국서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특히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17마일 해안도로(17 Mile Drive)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이 도로에는 큰 나무들이 해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그런데 탐스런 잎을 가진 나무들 사이에 쓰러질듯 한 커다란 고사목을 군데군데 볼 수 있다. 이 고사목은 해초 때문에 생긴다. 바다의 해초가 바람에 날리어 나뭇가지에 큰 수염처럼 걸친 후, 나뭇잎의 영양분을 차츰차츰 빨아 먹는다. 영양분이 고갈되면 나뭇잎이 말라 죽고, 이어서 나뭇가지가 죽고, 나중에는 나무몸통이 죽어 버린다. 나무가 고사하면 결국에는 해초도 수명을 다한다. 이 해초는 나무와 공생하는 것이 하니라 기생하면서 자기의 생명줄이었던 나무를 죽이고, 결국에는 그 자신도 죽는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사랑나무가 될 것이냐, 아니면 타인에게 피해만 주는 몬트레이 해변의 해초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냐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우리주위에 사랑나무와 같은 사람이 많으면 재미있는 삶이 될 것이고, 몬트레이의 해초와 같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고통스럽고 고단한 삶이 될 것이다.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가마솥 무더위도 이제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는 서늘한 기운 속에 줄행랑을 쳐버린 가을 문턱에 와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이하여 사랑나무와 같은 지혜로운 마음으로 여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성민 칼럼리스트  cho28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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