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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보는 눈] 화해하는 삶
  • 박성균 칼럼리스트
  • 승인 2006.04.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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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학생이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몇 달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아버지에게 말을 하지 않고 아버지는 자녀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화해의 몸짓이나 말을 보류하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 학생은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채워야 했습니다. 용돈도 스스로 벌어야 했고, 입고싶은 옷이나 친구들과 차 한 잔을 마시는 돈까지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나도 아버지의 도움 없이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있을 때는 옷이 예쁜가 마음에 드는가 마는가가 선택의 기준이었습니다. 마음에 든다고 하면 부모님이 값을 지불해 주셨고 자신은 그 예쁜 옷을 입고 즐거워하기만 되었습니다.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부모님께 무엇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부모님께서 기꺼이 함께 식당에 가 주셨고 즐겁게 먹고 단 한 번도 얼마를 지불해야 할 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편하고 좋은 생활이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도 기가 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미리 넉넉하게 넣어주신 용돈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디를 가도 돈을 걱정하며 주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걷기 불편하면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택시를 타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편안한 생활이 아버지와의 불화로 끝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자녀에게 무엇을 하던 간섭하지 않는 대신 부모 역할도 보류하였습니다. 그 학생은 더 이상 부모님에게 예쁜 옷을 사달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 여덟시간 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으로는 마음 놓고 택시를 타거나, 옷이 그냥 예쁘다고 무작정 살 수는 없었습니다. 옷을 사기 전에 미리 옷값을 확인해야 했고,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자신의 지갑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친구들 앞에서 비굴해지고 천 원 이천원의 돈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직접 삶의 현장에서 배우는 교육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입니다. 그러나 부모와 불화함으로 해서 잃게 된 정규적인 교육의 기회를 대신할 만큼은 아닙니다. 몇 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배울 수 있는 세상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세상이 아닙니다. 부모님과 화해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자신을 통제하는 훈련입니다. 나 하고 싶은대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나에게 지금 필요한 일을 하고 배우기 위해서 자신을 통제하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반 년 가까이 아버지와 불화하던 학생이 아버지와 화해한 순간 잃고 있던 많은 기회를 다시 얻었습니다. 돈 걱정 없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소중한 기회들을 자동으로 얻었습니다. 

박성균 칼럼리스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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