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속보]3일 오후 3시 20분. 하남시청 2층 복도에는 전국그린벨트주민연합회 하남시지회 대표 7-8명이 성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같은 시간 하남시청 앞 광장에는 2시부터 시작된 ‘개발제한구역내 이행강제금 부과 항의를 위한 주민 집회에 참석한 400여명의 주민들이 땅 바닥에 앉아 정부정책을 성토하면서 자신들을 대신해 이한대 하남시장 권한대행을 만나고 있는 대표단의 면담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남부시장실에 들어선 전국그린벨트주민연합회 하남시지회 대표단은 취재를 위해 현장에 대기하고 있는 기자를 향해 “잠시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기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 당국과 긴밀히 할 말이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 뭔가 대단한 담판과 대화가 있을 것 처럼 암시하며 면담장소에서 나가 줄 것을 거듭 요구했기에 주민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다는 차원에서 양보했다.
그러나 회의장 밖으로 터져 나오는 어떤 소리는 주민대표의 목소리가 아니고 차라리 사정하러 온 평범한 축사소유 주인의 목소리였다.
“이행강제금 부과는 국장님 전결이죠? 도와주세요” “축사문제에 대해서 용역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봐 달라고 했지 않느냐?” “국장 한 분이 희생하더라도 우리 주민을 살려야 한다”라는 말들이 회의실 밖까지 터져 나왔다.
도대체 밖에서 기다리는 400여명의 주민들을 대표해서 하남시장 권한대행을 만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 이었다.
주민들의 대표답게 정연한 논리와 주장을 내세워서 당당하게 면담에 응해 협상력을 발휘해서 주민의 이익을 확보해야 할 주민대표가, 애걸하는 목소리와 함께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에게 봐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직업 공무원인 국장급 공무원에게 “희생하라”고 말해서 과연 받아 들여 질 것 인지를 알고나 하는지 참으로 이해 할 수 없었다.
집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민의 대표는 협상의 목표를 갖고 면담에 임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날 면담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5년간 그린벨트 주민들의 애환과 고초를 서로 말 하는 자리는, 불과 10여일 전인 3월 24일 이한대 부시장과 전국그린벨트주민연합회 하남시지회 전직.현직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의 면담에서 이미 충분히 거론됐던 사항이며 이 사실은 언론에 보도됐었다.
하남시는 지난 3월 하순경부터 이미 100여명에 대해서 이행강제금부과예고서를 발송했으며, 10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에 나서게 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이미 이뤄진 적법한 행정행위를 임의로 뒤로 돌릴 수는 없는 만큼, 100여건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대표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도 있는 이행강제금 부과에 대해 시 당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 받았어야 했지만, 메아리 없는 하소연으로 아무런 얻는 것도 없이 면담을 끝 마치고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회장소로 되 돌아 왔다.
하남시장권한대행과 면담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 주민대표는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가 상위법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하남시의 미흡한 답변이 있었다” “부시장은 이행강제금 부과에 대해서 노력하겠다는 것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달 24일 부시장과 연합회 임원과의 대화에서 충분히 거론됐던 내용들이었건만 400여명의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되풀이 되고 있었다.
아무런 결론도 또한 얻은 것도 없이 주민들은 집회장소를 떠나고 있었으며, 언제 어떻게 자신들에게도 이행강제금부과통지서가 날아 들어 올지 모르는 걱정속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주민의 입장을 대변하며 지난 4년여간을 함께 해 온 기자를 배제 시키고 난 후, 공무원들에게 “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훌륭한 전략(?)이 먹혀 들어가, 그나마 주민들이 이행강제금의 공포로부터 벗어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날 면담은 주민대표와 부시장과의 1대1 담판도 아니고 10여명의 관계공무원들이 배석해 있었고, 경찰관들도 입회해 있는 자리였을 뿐 아니라, 같은 층에는 경기도감사관실에서 나온 감사반원들이 그린벨트와 관련된 특별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대표가 말하는 “봐 달라”고 말하는 것이 먹혀 들어 갈 일 이었는지 되 묻고 싶다.
지난 35년간 그린벨트 지역 주민의 피해와 억울함을 벗어 던지기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체계적이고 헌신적이며 조직적으로 운영돼 왔던 전국그린벨트주민연합회 하남시지회의 든든한 전통이 아쉬웠다.
주민대표로서의 의무와 자질, 그리고 한 단체의 브레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 할 수 있는 하루였다.
이공원 기자 lee@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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