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상산곡동에서 ‘맹자강해’도 진행
’가면 갈 수록 아무 것도 없는 집’ 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하남시 상산곡동의 之無軒(지무헌)에서 45년여 동안 거문고와 인생을 함께 하고 있는 교육인 사계(史磎) 최철호 선생(남.67)을 만났다. <편집자주>
사계선생은 서울 용문고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교육자의 길을 마쳤지만, 지금도 자신의 집에서 무료로 거문고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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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여년 동안 거문고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는 사계 최철호 선생의 거문고 연주모습 | ||
“거문고의 크기는 3자 6치 5푼인데 이는 요즘 말하는 1년 365일을 뜻 하며, 거문고는 12음계로 소리를 내는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과학적인 악기로, 북한에서도 대부분의 악기를 개량했지만, 거문고는 더 이상 개량 할 것이 없다고 손대지 않았다고 한다”고 사계 선생은 말한다.
사계선생의 거문고에서 흘러 나오는 ‘거문고 산조’는 유현과 대현에서 튕겨 나오는 맑고 힘있는 소리가 어우러져 단아한 음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술대가 이리 저리 앞 뒤로 움직일 때 마다, 거문고는 깊은 음을 토해 내고 있었으며, 현에서 울러 퍼지는 여운은 지무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직하고 곧은 선비를 연상케 하는 거문고와 사계선생이 첫 인연을 맺은 것은 동국대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어국문학과 학생이었던 사계선생은 문학의 기원을 공부하면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음악을 접하게 됐고, 거문고산조 부문의 무형문화재 6호인 한갑득선생의 이수자가 됐다.
대학 졸업 후 서울 용문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 30년간 용문교에서 재직했는데,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해 왔었다.
이때 사계선생의 밑에서 거문고를 배웠던 고등학생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계선생을 찾아와서 여전히 거문고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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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배나무로 만든 거문고의 괘 | ||
용문고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하게 되자, 사계선생으로부터 거문고를 배우던 제자들이 나서서, “사계선생을 가까이서 모시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와서 지금의 하남시 상산곡동의 ‘지무헌’으로 거쳐를 옮기게 됐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에는 지무헌에서 거문고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며, 저녁 8시부터는 ‘맹자강해’가 진행된다.
30여명에 이르는 ‘금려학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천자문부터 시작해 논어강해가 끝 나고, 이제는 맹자강해로 들어 선 한문강해는 거문고를 배우는 제자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지만, 일체의 수업료를 받지 않고 있다.
“나도 무료로 가르치니, 나중에 너희도 무료로 가르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사계선생의 단순명료한 원칙이다.
“돈 안 받고 무료로 가르치는데 그렇게 편 할 수 없다” “쉴 때도 마음대로 쉴 수 있고…”
라고 사계선생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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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 선생이 사용하는 거문고와 술대의 모습 | ||
30여년 동안을 한결 같이 무료로 거문고를 가르치고 있는 사계선생을 존경하고 따르는 제자들과는 이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견고한 인연의 끈을 형성했다.
“본인들이 좋아서 배우고, 나도 좋아서 가르치다 보니 이제는 서로간의 얼굴만 쳐다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거문고와 한문을 통해서 인생을 함께 느껴가고 있다”고 사계선생은 말하고 있다.
거문고의 앞판은 오동나무를 사용하고 뒷판은 밤나무를 깍아서 만드는데, 사계선생이 즐겨 사용하는 거문고는 2000년도 정년 퇴직시 선물로 받는 거문고로 거문고 제작의 최고봉자로 알려진 최태진 선생이 직접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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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4년전 부터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대안학교 ‘꿈틀’의 교장직도 새로 맡게 됐다.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자는 여의도쪽의 지식인들의 제안과 금전적 출자를 바탕으로 시작한 대안학교로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데,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 또는 후원을 하고 있다.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계선생은 인생의 깊이를 알면 알 수록 ‘아무것도 없는 집’이라는 之無軒(지무헌)의 깊은 뜻을 실천하는 분 이었다.
이공원 기자 lee@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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