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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준비하는 학부모의 사고는?<칼럼>자녀를 보는 눈

   

 

 

 

 

요즘 학생들은 무슨 학교 다니느냐고 묻기보단 무슨 학원 다니느냐고 묻는다. ‘**학원 특목고 선행1반’ ‘00학원 서울대 목표 수학2 선행반’ 등에 다니는지가 학생 수준을 결정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선행학습을 하는 게 아니다. 웬만하면 다 한다. 학생들 말을 종합하면 50% 이상의 학생들이 선행학습 학원에 다닌다.

선행학습 과외도 성행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서울대니, 연고대니 하는 식으로 목표대학을 정한 뒤 거기에 맞춰 앞선 과정을 미리 공부한다. 학부모 0 0씨는 “중학교 졸업 전까지 고교 과정을 마쳐야 서울대를 갈 수 있다는 게 요즘 부모들의 정서”라고 하며 선행학습은 기본적으로 특목고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일찌감치 과정을 마친 뒤 반복학습을 통해 성적을 높이 수 있다는 게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의 생각이다.

또 어려운 부분을 미리 배움으로써 아이의 공부 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연 그럴까? 서울 한 0 0 교사는 “교육 과정은 수십년간의 현장 적용과 교육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놓은 것인데, 그보다 의도적으로 앞서 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학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선행학습은 단기간에 많은 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설픈 문제풀이식으로 진행된다. 개념이나 이론의 배경 설명은 겉핥기식으로 이뤄진다.

강미선수학연구소의 강미선(37)씨는 “공부란 모름지기 생각하는 훈련인데, 내용만 열심히 쑤셔넣는 선행학습이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당장은 공식을 좀 더 많이 알고, 지식은 늘 수 있지만 실제 ‘실력’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처럼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의 출제 비중이 높아가는 시점에서 생각하지 않는 공부는 하나마나다. 유치원 때부터 줄기차게 선행학습을 해온 정길동씨가 성적이 좋게 나오지 않은 이유는 여기서 설명된다.

주입식 선행학습은 되레 공부에 대한 기초 개념조차 흔들리게 한다. 서울 동대부고 김용진(34) 교사는 “기초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어려운 과정을 공부하면 단계적 개념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잘못된 개념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 고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초등학교 단계에서 무리하게 중고등학교 과정을 앞서 나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짧은 시간에 집어넣기식으로 진행되는 선행학습은 결국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민족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딸에게 선행학습을 시켰던 학부모는 “고교과정을 미리 배운 게 민사고 입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딸 애가 헛공부했다, 앞으론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며 잘못된 결정을 후회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서울 용산고 최수일 교사는 “선행학습이 가능한 아이들은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들로 전체 학생의 1~2%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효과가 의문스러운 선행학습에 매달리기보다는 창의력이나 집중력 개발 프로그램을 듣거나, 현재 학교 진도에 맞춰 보충학습이나 심화학습을 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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