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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한자의 어버이 친(親 : 立 +木 +見) 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글자는 나무(木) 꼭대기 위에 서서(立) 내 자식이 잘 지내고 있는지 항상 살펴보는(見)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봄에 「트로이」라는 영화를 오랜만에 어느 극장에서 감상한 적이 있었다.
그리스와 트로이가 지중해 해상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스군대가 막강한 전력으로 트로이 성(城)을 공격하지만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다. 그러자 그리스군대가 꾀를 내어 거대한 목마를 만들고 그 안에 여러 명의 병사를 숨겨놓고 트로이 성문 앞에 가져다 놓는다. 이 목마를 트로이 병사들이 성안으로 운반해 갔는데, 야밤을 이용해 목마 속에 숨어있던 그리스 병사들이 밧줄을 타고 내려와 몰래 성문을 열어놓는다. 성밖에서 이 때를 기다리고 있던 그리스군대가 일제히 성안으로 진격하여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는 내용이다. 이 후에 세상 사람들은 트로이 목마를 계략의 대명사로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내용 중에 겉으로는 과묵하고 엄한 아버지가 마음속으로는 자식을 얼마나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어느 날 트로이 왕의 장남이자 사령관인 헥토르 장군과 그리스군의 사령관인 아킬레스 장군이 트로이 성밖의 넓은 벌판에서 양쪽의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혈투를 벌인다. 두 사람이 막상막하의 실력을 겨루지만 결국에는 헥토르가 죽임을 당하고, 아킬레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말에 매단 채 끌고 다니며 망신을 준다.
깊은 밤중에 아킬레스 장군의 천막 속으로 한 사람이 몰래 숨어들어 와서 무릎을 꿇고 아킬레스가 끼고 있는 반지에 키스를 한다. 반지에 입을 맞추는 것은 사나이에게는 가장 치욕스러운 일인데, 이 행위를 한 사람은 트로이의 왕이었다. 트로이 왕이 죽음과 생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 속으로 뛰어 든 것은 아킬레스에게 자기 아들인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에는 사랑하는 자식의 시신을 거두어 트로이 성으로 돌아간다.
트로이 왕이 아킬레스에게 간청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에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죽음, 치욕, 왕으로서의 체통 등 모든 것을 저버린 트로이 왕의 행위는 바로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보내는 뜨거운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요즈음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일터에서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며 생활하고 있다. 때로는 육체적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에 직면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들은 자기 자식의 얼굴을 떠올리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요즈음 축 쳐진 아버지의 어깨에 힘을 솟아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바로 이 세상의 자식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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