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발품팔아 20여년 동안 수집
옹기, 군용품, 화폐, 생활품
가득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에 위치한 장길환씨의 옹기판매장과 연결된 자택에 들어서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막막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사용됐던 소총과 탄알에서부터 1900년대 초반에 사용됐음직한 각종 옹기에 이르기까지
수천점의 민속품들이 널부러져 있어 무엇을 먼저 감상해야 할지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아까워서 모으기 시작
장길환씨가 민속품을 모으기 시작한 동기를 듣다보면 웃음이 나온다.
거창한 목표의식 때문이 아닌 아주 소박한 마음에서부터 민속품을 하나둘 모아왔기 때문이다.
20여년을 거꾸러 거슬러가 지난 1980년대 초반.
장길환씨는 주변의 가택들이 개발로 허물어지는 것을 지켜보다 수십년은 됐음직한 옹기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들이 허물어지고 다시 짓는 현장이나 이사를 가는 가정을 보면 한걸음에 내달려 가 버려지는 민속품들을 가져왔다.
이렇게 시작한 민속품 수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민속품 수집광으로 바뀌게 됐고 그 때문에 장길환씨는 전라도로 경상도로 민속품을 수집하기 위한 발품을 팔게됐다.
운 좋게 공짜로 민속품을 손에 넣을때도 있지만 대부분 흥정된 가격을 치러야 했다.
"민속품 모으느라 돈 엄청 썻습니다"고 말하는 장길환씨는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 보다는 집에 쌓여있는 민속품이 더 소중하다고 전한다.
#희한한 민속품 줄줄이
장길환씨가 소장하고 있는 민속품들의 특징은 어느 한 품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장길환씨의 눈에 "이것 참 괜찮네"라는 느낌이 오면 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수집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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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름도, 사용 용도도 정확하지 않은 민속품들도 많다.
군용품도 눈에 띠는데 한국전쟁 당시 쓰던 소총, 탄알, 군장, 철모, 반합, 군화 등등 전쟁터에 나서는 장정이 가지고 있었을 모든 군용품들을 진열하고 있는 듯 하다.
화폐도 눈을 잡는데 일제시대 징용당한 한국인들에게 지급했던 '군용 화폐'에서부터 최근 사라진 5백원짜리 지폐까지 수백장의 옛화폐들이 장길환씨의 '화폐첩'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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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 우리나라 민생들의 생활용품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조그만한 텔레비젼, 녹슬은 라디오, 전축판, 식기류, 다리미 등 영화촬영소 소품실에 있는 분위기가 그대로 장길환씨의 민속품 전시실로 옮겨진 듯 하다.
쉽게 볼 수 없는 식초를 만들어 넣어두던 '초병'과 청주를 담아 술집에 나르던 '단술 항아리', 물을 나르던 '장군' 등 독특한 옹기 및 항아리들도 수백개가 널려 있다.
한겨울철 잠을 잘때 뜨거운 물을 넣어 다리베개로 삼던 옹기 등 과거에 선인들이 썻을 옹기란 옹기는 모두 모인듯 하다.
여기에 웃음을 자아내는 소장품도 있는데 전당포에서 발행한 물건인수증이라든가 밥을 짓기 전 한숟가락의 쌀을 미리 덜어내 아껴먹자 하던 쌀저축통장, 경기도민증까지 장길환씨의 소장품을 감상할라치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이젠 부인도 소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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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토(하얀 흙)로 만든 옹기인데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곳곳이 페이긴 했지만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특이하게 생간 옹기다.
"우리 안사람이 자그만치 10만원이나 주고 사 온 것이죠" 너털웃음을 지으며 전하는 백토 항아리의 수집 이유다.
어느새 장길환씨와 같은 취미를 갖게 된 부인 박란자씨의 손을 거쳐 수집된 민속품도 제법 많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쓰던 각종 폭약류 상자로 만든 옷장을 3만원에 샀다는 등 박란자씨의 마음을 잡은 민속품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애환이 담긴 것들이다.
#민속품 소장은 계속된다
장길환씨는 선인들의 웃음과 눈물이 담긴 민속품을 수집하는 일은 계속해 갈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민속품 하나하나의 실제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맘으로 민속품을 수집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장길환씨의 앞으로의 삶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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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옹기에 관심이 많다는 장길환씨는 이 때문인지 자신의 집 앞에 옹기를 판매하는 판매장을 열었다.
이것들은 전라도 고창이나 경상도 울주군에서 공수 된 무공해 실용 항아리들이지만 다른 업을 마다하고 옹기 판매장을 개설한 것은 그의 취미와도 큰 관심이 있다.
"소장품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든지 무료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장길환씨의 말이다.
장길환씨는 광주시에 선인들의 손때묻은 민속품들을 상설전시하는 전시장을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을 맺는다.
017-707-9419
이규웅 기자 aa5767@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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