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黃眞伊)는 마음이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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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꼭 삼년만에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그 옛날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하여 뭇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황진이가 아니라 속세를 달관한 여승(女僧)이 되어 하산하는 것이다.
비록 머리를 깎고 고깔을 썼을 망정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황진이는 며칠을 걸려서 어느 산 속에 이르렀다.
황진이는 경치에 취하며 더욱 바삐 걸어서 언덕길에 올라섰다.
언덕에 올라선 황진이는 문득 발길을 멈췄다.
언덕위 소나무 아래서 여러 사람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 사오명과 여자 두어 명이 장구를 치고 춤을 추며 흥겨웁게 놀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가 이십고개를 넘어선 사람들로서 의관을 갖춘 품이 양반집의 한량들로 보였다.
그때 한 사나이가 소리를
쳤다.
합장을 하고 서 있는 황진이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눈은 호기심에 가득찼다.
황진이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이때 몸이 건장한 사나이가 황진이에게로 다가와서 그녀 를 번쩍 안아 들고 일행이 앉아 있는 곳으로 왔다.
그러자 기생들은 장구를 치며 춤을 추기 시작 했다.
한 사네가 "술맛 좋다. 스님이 따르는 술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진즉 몰랐는데"하고 능청을 떨었다.
이윽고 황진이가 입을 떼었다.
"이제 소승은 물러갈까 하옵니다"
그러나 사네들은 황진이의 손목을 잡아끌어 껴안으려 하자 기생하나가 두 사람을 떼어놓으면서 가운데로 파고 앉았다.
이때 황진이는 물러앉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그대들이 하는 짓은 인간의 오욕이 빚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오욕을 채우고 난 다음에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입니다. 자기를 아끼는 마음으로 남을 아낄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도도히 흐르는 어조로 황진이는 설법(說法)을 계속했다.
좌중의 사람들은 말을 잊고서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 중에도 기생 하나는 두 볼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눈물을 흘리며 황진이의 말을 듣고 있던 기생이 "소녀가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제 이 세상을 살기가 부끄러워졌사옵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하고 순식간에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남한산성 동문 근처에 있는 송암정(松岩亭)에는 달 밝고 고요한 밤이면 남녀들의 노래소리와 여인의 통곡소리가 들려왔다고 전한다.
이규웅 기자 aa5767@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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