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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깊게 패인 바다의 파도처럼 더없이 푸르고 깊다. 가을은 자신의 뒤를 한번 반추해볼 수 있는 존재론적 고독이 한층 짙어지기도 한다.
그 여름 내내 기세등등하며 푸른 정기를 세우던 잎들이 붉게 타오르다 사르륵 발아래 밟히고 만다. 우주의 생태계는 그 어떤 것도 피해갈 수 없나보다. 인간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든 것이 절차를 벗어날 수 없이 거대한 생명의 고리로 순환한다.
반복되어지는 일상의 한 순간도 거저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그 무엇하나도 다르게 작용하며 다르게 반응한다. 따라서 우리의 정서적 반향이 한층 깊어져 무엇하나 작은것이라도 남기려고 하는 의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억새가 은빛물결 출렁이며 가을아 가을아 손짓한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여기저기 과일이며 곡식들이 알차게 익어 수확을 시작한지 한참이 지났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고사가 있듯 가을은 풍요로움의 계절이다. 풍요로움의 계절이며 또한 비어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온통 과일이며 곡식들로 가득찼던 들판엔 덩그라니 비어 버려 다가오려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쩌억쩍 갈라져 가며 비어 버리는 계절. 그런데 농작물을 몰래 수거해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단다.
탈곡을 마친 벼는 물론이고 고추며, 과일이며 논에 있는 벼를 수확해 가는 일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통단하지 않을 수 없다. 빈들에 서서 농부가 가슴을 치며 울 것을 생각이나 하는지......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 땡볕에 수확을 바라보며 땀방울 흘리는것엔 아랑곳 하지 않았던 농부들의 가슴은 그야말로 천갈래 만갈래 갈라지고 말았다.
농가 부채가 없는곳이 없을정도로 농촌의 실태는 참으로 힘들다고 한다. 눈앞에서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지만 이는 농가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된다. 농산물의 수입개방으로 인해 값싼 농산물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은 물론 외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여 팔리는 일도 허다하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농가를 두 번울리는 농산물 수확 절도는 절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물질적인 피해 외에도 정신적으로 받는 상처는 평생을 지고 가도 모자를 멍에가 되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 풍요로움의 계절답게 사람들 가슴 모두 풍요로움으로 가득 찰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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