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한 법원은 무죄 판결, 다른 법원은 유죄 판결을 하여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서울 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5월 21일‘여호와의 증인’신자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22)씨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엷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춘천지법 이철의 판사는 5월 28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된‘여호와의 증인’신자 이모(21ㆍ춘천시)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사 훈련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판사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의 자유는 병역법에 규정된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존의 법원 판결대로 유죄를 선고했다”며 “양심의 자유가 실정법에 의해 제한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부연(敷衍)했다.
대다수 국민이 국민 개병제(皆兵制)에 따라 국방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종교 신봉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 남부지법의 판결은 충격적이다.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가의 명령에 응했던 국민의 입장에서, 또한 직접 전투를 했던 참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30여 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다른 나라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남북이 분단,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5천년 역사에 970회의 외침을 당했다. 우리가 일제시대나 6ㆍ25사변과 같은 과거의 비참했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이유는 증오와 분노와 편협된 애국심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저 살다 간 조상들의 흔적을 보면서 실패의 교훈을 얻고 극복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다시는 국가적인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함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율곡 이이(李珥)의 주장대로 10만 양병론(養兵論)을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7년이나 되는 임진왜란의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병역의무를 지지 않고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특정 종교인 등의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는 순수한 목적에서
벗어나‘양심’이라는 미명하에 병역기피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지도층 자손들의 병역기피현상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자란 대학생들이 병역을 기피하고도 좋은 자리에서 사회생활을 잘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는 부러움과 시기심에서“군 입대를 면제받은 자를‘신의 아들’, 방위병(96년 폐지)으로 입소판정을 받은 자를 ‘장군의 아들’, 현역병으로 징집된 자를‘사람의 아들’, 징집 후 전방이나 오지에 배치된 자를‘어둠의 자식들’”이라고 한 때 풍자되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정ㆍ재계의 실력자 K씨가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고(병역기피) 미국 유학을 보냈다. 이 사실을 안 박대통령이 진노해서 K씨가 아들을 귀국시켜 월남전에 참전시킨 일이 있다.
또 다른 관계의 실력자 K씨도 비슷한 일로 문책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대통령은 경제를 성장시켜 우리국민에게 천형(天刑) 같았던 보리
고개를 없앴을 뿐만 아니라 부정축재를 하지 않았고, 병역의무에 있어서도 엄격히 법 적용을 해서 존경심을 자아내게 하였다.
그런데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의무에 예외를 인정하면 병역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에서 서로가 힘을 합쳐 나라를 지키겠다는 공동체의식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병역의무에는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성국 sunggook@kyung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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