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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날의 꿈

1905년 을사조약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환 선생의 후손과 대표적인 매국노의 한 사람인 송병준의 후손들이 인천 부평기지에 있는 일부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일 것 같다.

송씨의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내자, 민씨의 후손들도 소송에 당사자로 참가해 다툴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하였다고 한다.

“1908년 송씨가 민씨의 어머니를 속여 땅을 가로 챈 후 여러 사람을 거쳐 소유권이 국가에 불법 귀속됐다”는 것이 민씨 후손들의 주장이다.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100년 후에 그 후손들끼리 땅을 놓고 소송 운운 한다고 하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주한미군 2사단의 이라크 차출이 발표되어 긴가 민가하고 있던 차에 대대적인 주한미군의 감축이 예상되고 있고, 오산,평택이 해외 미군의 최대 거점이 된다는 말이 도는가 하면, 평택에서는 미군 기지의 설치를 한편에서는 찬성하고 다른 편에서는 격렬히 반대하는 등 알쏭달쏭하다.

1950년 1월 당시 미 국무장관 에치슨이 한반도를 미국의 방어선 바깥에 둔다고 선언함으로써 6.25전쟁을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에치슨 라인’에 이어 2004년 현재 ‘신(新)에치슨 라인’을 다시 긋고 있다고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54년전 그 때나 지금이나 양상이 비슷한 것이 ‘민족은 하나, 우리는 하나’라는 덕담을 늘어놓고는 태연자약하게 어느 누구도 「6.25」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 수십만명의 청년실업자와 결식아동들의 신음소리가 드높고, 국민경제가 도탄에 빠져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경제에 이상이 없다’고 립 서비스만 하는 것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5월 29일, 초저녁부터 몇 시간 동안 청와대에서는 여권 지도부가 다 모인 ‘국정2기 단합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유행가를 몇 곡 부르는 등 흥을 내기도 하였지만, ‘386세대’당선자 33명이 운동권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주먹을 쥐고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가사를 외치는 순간 대다수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힘들고, 이상한 쪽으로만 기울어가고 있는 조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울었을까. 천신만고 끝에 권력을 쟁취한 승리의 기쁨과 감격을 못 이겨 끝내 눈물을 떨구었을까.

사람에게는 그 자신의 영역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것이다. 복숭아 재배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여 의류매매업도 통달하는 것만은 아니며, 의류사업의 달인이라고 하여 반도체 사업 분야에까지 꿰뚫는 것이 아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복숭아나무의 전지를 하던 사람이 흰 가운을 입고 반도체 연구소의 연구원 행세를 하는가 하면, 첨단 과학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장 한구석에서 ‘땡 처리’의류를 팔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고, 없었으면 하고 바랐던 대상이 기세를 떨치고 있으니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이다.

올 여름은 상당히 길고도 무덥다고 한다.

이제 6월 초, 지금부터 우리의 얼굴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는데 차라리 꿈이라면, 초여름날의 한 낱 꿈이라면 가뿐하련만,

교차로저널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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