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야 하는 우리의 정치인들께서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벌이는 ‘몸부림’은 눈물겹기 짝이 없다.
엊그제까지 거만한 표정으로 정치권의 실세노릇을 하던 훌륭한 분들이 검찰청에 끌려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고, 심사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단수후보네 우세후보네 하는 알쏭달쏭한 공천심사 결과가 발표되면 한쪽에서는 희희낙락거리고 다른 쪽에서는 비분강개한 표정을 짓는 등 분위기 잡느라고 가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한 흥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코미디와 액션을 빠뜨릴 수 없기 때문이었겠지만, 그 훌륭하신 분들이 욕설을 퍼붓거나 멱살잡이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어떤 분은 유도솜씨를 발휘하여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였는데도 시청자들이 그 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것 같으니,
어찌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은 TV에 신경을 쓰지 않는단 말인가.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라는 표현에는 이의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월?화요일 밤이 되면 무슨 주술에 걸린 것처럼 부리나케 주변을 정리하고 TV앞에 모이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55%가 시청한다는 TV 드라마 ‘대장금’을 어찌 하찮게 여길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 드라마를 지금까지 보는 동안 장금이를 답답하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현실의 거대한 권력을 도외시하고 보잘 것 없는 한상궁과의 의리를 지키느라고 너무나 큰 출혈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최상궁’ 무리들의 간교한 음모와 독랄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분개하기도 하였지만, “맞아 맞아, 최상궁 같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랄한 행동을 해야만 출세를 하고 하루 24시간 ‘잔머리’와 눈을 굴리는 사람이 성공을 하기는 해, 우리주변에서 한 가닥 한다는 사람들은 대충 ‘최상궁’ 같은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지 못하는 장금이나 우리네가 바보?천치?머저리지”라고 스스로「반성」도 해본다.
극중에서, 조선시대 중종의 치하에서 최고상궁?제조상궁을 지냈다는 최상궁이나 삼정승의 하나인 우의정의 고위직에 있던 오겸호 대감의 처세술과 가치관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상과 가문에 위해가 된다면 어제의 친구, 오늘의 동지는 물론 왕후나 대비 나아가서는 ‘왕’까지라도 제거하겠다는 사고방식을 보고 어느 누군들 덜덜 떨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들의 상상을 초월한 거짓과 아부 그리고 치밀함에 ‘왕’과 그 왕실이 무더기로 기만당하는 것을 보고 오싹함을 금치 못하였다.
우리 주변의 어느 누군가의 행동에서, 스스로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아무개의 위선에서 최상궁이나 오대감 같은 양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궁과 오대감의 비리를 잘 알고 있는 윤상궁을 가차 없이 살해하는 최상궁의 ‘결단력’에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간난신고를 극복한 장금이가 최상궁 무리들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우리의 마음은 처량하기 조차 하였다.
픽션인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잉과응보와 사필귀정이 있건만, 우리의 정치판에서는 그러한 극적인 전개가 도저히 현실화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장금에서의 ‘왕’은 우리들, 즉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는 오대감이니 최상궁이니 따위를 임명하고 그들에게 먹고 살 것을 제공하고 또한 그들에게 농락당해 왔지만, 아직까지 그들을 척결해 본적이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우리가 이상(理想)적으로는 적어도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하였거나 시민운동, 사회에의 봉사, 경영 능력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공천이나 선거 등에 들어가서는 이해관계와 감성에 휘말려 ‘엉뚱한’ 사람을 뽑아 놓고는 딴소리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엊그제, 모 TV방송국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59%가 현역 국회의원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통계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나라의 정치판이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국회의원의 활동내용이 국리민복과 국민통합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금이의 평생소원- 그 시대의 왕실에 정의와 법도가 바로 서는 것- 그것은 곧 우리의 소망이기도 하다.
2004. 4. 15. 그 날, 대한민국에서는 최상궁 무리의 그 구질구질한 작태들이 모두 사라지고, ‘장금’이 같은 새롭고 깨끗한 꽃과
나무들이 뿌리 내린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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