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원숭이의 해를 맞으면서 사람들은 홀가분하다고 한다.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 화염병이 날고 전국의 유통질서가 마비되는 등 각급 이익단체들의 밥그릇 싸움, 사회 구석구석 파고 든 부패와 비리현상, 갈수록 힘들어지는 살림살이 등으로 시끄럽기 짝이 없던 2003년도가 과거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묵은 것들을 떨쳐 버리고 보다 나은 내일이 펼쳐지기를 너도나도 기원하고 희망하는 새해가 된 것이다.
정녕, 우리의 소망대로 지난 날의 그 구질구질한 사건들과 숙제들은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으니, 새로운 토양위에 새로은 문화를 창조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오히려 더 악화 될 소지가 있다는 것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대선때 부패정치 척결을 부르짖던 집권당측이나 야당이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씩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아낸 사실들이 밝혀져 정치권의 신망은 땅에 떨어져 밟히고 있으며,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에 관한 특검이 가동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에 따른 파급효과는 지레 짐작할 수가 없다.
기성 정치인들은 썩었으므로 이 나라의 정치판을 개혁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노대통령 측근들이 이미 비리에 파묻혀 구치소에 가 있으니 어찌 실망과 당혹감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거기에 더 놀라운 일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발생하였다.
어떤 이는 재벌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아주는가 하면 세무조사에 선처를 주선하고 다른 이는 자신소유 대학의 공금을 횡령하거나 하도급 공사를 청탁받고 또 다른 이는 굿모닝시티로부터 인허가와 관련되어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협의, 아무개는 SK비자금 일백억원 현금을 불법 대선자금으로 지하주차장에서 건네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체포동의안이 국회본회의에 상정되었다.
그런데 그 7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으니, 입법기관인 국회기 범법자들의 안식처로 둔갑한 꼴이 된 것이다.
민생문제와 연관된 의안들이 산적되어 있는데도 그에 대한 의결은 뒤로 미루고 ‘범죄자’ 동료들을 감싸느라고 허둥지둥 처리하였다는 것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수입하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듯이 올바른 생각 및 소신과 능력을 가진 외국의 전문 국회의원을 히딩크처럼 데리고 와서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펼치도록 하자”는 어느 네티즌의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자”라고 공감하는 현실을 보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정치판을 개혁해야만 할 시기가 되기는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나라의 정치를 개혁할 것인가.
지금부터 120년전, 원숭이 해인 갑신년이었다.
김옥균,박영효,홍영식,서광범 등 소위 개화당(독립당)이 우정국의 개국 축하연을 이용하여 무력으로 보수세력을 축출하는 사건을 일으켰으니, 이를 「갑신정변」이라고 한다.
젊음과 이상으로 뭉쳐진 ‘정변’의 주역들은 신정부를 조직하고 14개조의 혁신정강을 내세우는 등 근대적인 국민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열정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 주둔하고 있던 원세개의 청군에게 패퇴하여 김옥균,박영효 등이 일본으로 도망쳤으니, 그 정권은 「3일천하」에 지나지 않았다.
역사학자들을 갑신정변이 일반민중에 뿌리박지 못한 일부 엘리트의 ‘위로부터의’ 개혁운동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120년만에 치뤄내야 할 ‘갑신개혁’의 중추세력은 누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현재 집권세력이나 다수당에게 그 역사적 과업을 맡긴다면 국민들의 염원을 말끔히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건가.
중앙선관위 유지담 위원장은 2004년 새해를 “병든 정치를 수술하는 해”로 표현하면서, 그 수술 날짜를 4월 15일이라고 하였다.
4.15. 총선에서 국민이 직접 수술을 집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갑신정변이 소수 선각자들에 의해서 일을 저질렸기 때문에 실패하였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그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민들이 ‘메스’를 잡고 철저하게 「암세포」들을 도려내야만 이 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소망이 깃드는 것이다.
사실, 현대 국민국가에서 누가 ‘감히’ 국민의 지도자를 참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일반 시민들보다 도덕성으로나 능력적인 면에서 무엇하나 내세울 수 있는게 있단 말인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단체장 등은 국민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머슴이나 심부름꾼이 도둑질하거나 횡령․배임을 일삼고 딴짓거리를 하고 있다면 서슴없이 교체하는 것이 주인의 권한이 아니겠는가.
2004. 4. 15., 이날은 허장성세의 갑신정변으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갑신개혁」으로 역사에 기록되도록 ‘작심’하고 수술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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