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차별 없는 삶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장애인들도 별도로 격리 수용되는 방식이 아닌, 우리들이 살고있는 바로 이 지역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야 합니다"
하남시 천현동에서 장애인작업활동시설과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무형복지회' 황의경 회장(62.현 성광학교 교장)이 전하는 장애인 섬김론이다.
'무형복지회'에는 25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5명의 교사들과 함께 직업훈련과 취업준비를 하고있고 6명의 장애인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공동생활을 하고있다.
황의경 교장이 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동기는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1969년 중앙신학(현 강남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에 있는 미국계 재단에 근무하던 황교장은 당시 우연한 기회에 대구지역 영세민들과 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고, 신앙인으로서 느끼는 점이 있어서 미국인 책임자에게 부탁해 영문으로 된 사회복지관련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때만해도 한국에는 장애인에 관한 책이나 대학과목이 전무한 상태였다. 서서히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 오던 황교장에게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다.
일산에 문을 연 홀트아동복지회 장애아동
사업부에서 황교장의 소문을 듣고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해온 것.
홀트아동복지회에 첫날 나가서 특수장애아들을 난생 처음으로 본 황교장은 기겁을 하고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둘 달린 장애아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장애상태의 장애아들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홀트의 미국인 동료 나이스리씨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돌아온 황교장은 거의 1달 동안 밥을 먹지 못하는 고통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도 잠시, 특수장애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도 들고 그들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되자 일이 한결 쉬워지면서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6개월간 지켜보던 나이스리씨는 황교장을 청년장애자책임자로 보직을 변경하고 그를 신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틈틈히 공부를 계속해 대구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에는 단국대 대학원에서 특수교육학을 이수했다.
1985년 하남에 있는 특수학교인 성광학교 교장으로 취임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작업활동시설을 갖추게 된 배경도 이 성광학교에서 시작됐다.
성광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자,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학교에 나와서 교실문 앞에서 서성이거나 학교근처에서 배회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본 황교장은 성광학교를 졸업하고 가정 형편상 낮 시간에 갈 곳이 없고 돌보는 사람이 없는 장애인들을 한 사람 한사람 모아서 지금의 공간에서 직업훈련을 해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는 사회복지법인 인가를 받았지만 25명의 장애인들을 돌보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현재 사용중인 장애인작업활동시설 공간이 30평 이지만 25명의 장애인들과 5명의 교사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공동작업을 하기에는 너무 비좁은 형편이다.
이곳에서 취업을 대비한 직업교육과 식사, 개인별 상담, 장애인 지원을 위한 행정사무 준비등을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공간인 것이다.
공간이 비좁다 보니 장애인들을 위한 물리치료실, 심리치료실, 운동기구실, 학습실, 지역사회 적응훈련실등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살아 오면서 이 길을 벗어 나려고 몇번 시도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나를 이곳에서 떠나지 못하게 인도하셨다"고 말하는 황교장은 "젊어서는 열정에 의해서 장애인을 돕는 일에 나섰지만 이제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는 것은 잠깐인데 이 세상에서 보람된 일을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깊이 하면서 이 일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회복지법인 인지라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그는 요즘 새로운 시도에 한껏 의욕이 넘쳐있다.
내년 2월, 성광학교를 정년퇴임하고 나면 연금을 제외하고 받는 퇴직금 1억원을 모두 이 사회복지법인 '무형복지회'에 기부해서 현재의 여건보다 더 나은 공간과 시설로 장애인들을 보살펴주고 싶다는 것이다.
없는듯 하면서 있고, 부족한 듯 하면서도 채워진다는 의미를 지닌 '무형복지회'의 의미처럼 장애인을 향한 황의경교장의 마음은 식을 줄 모른다.
이공원 기자 lee@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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