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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봉공(滅私奉公)
"삼촌이 모든 면에서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하던 대로 농사만 짓고 살 겁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된 지난 19일 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오랫동안 그를 뒷바라지 해 오던 형수 민미영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한 말이다.

"내가 평범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평범하게 대해 주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노 당선자의 아들 건호(29)씨가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가 전한 말에 따르면, 그의 가족들은 평범하게 사는 대통령 가족의 선례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민미영씨의 소박한 결심과 노건호씨의 다짐이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동안 이 땅의 대통령 친인척이나 그와 가까운 인물들이 절제와 법도의 벽을 허물고 '힘'을 휘두르거나 사리사욕을 탐닉한 탓으로, 그 자신의 파멸은 물론 대통령의 통치력과 도덕성에 씻지 못할 '흠집'을 남기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기강을 문란케 하며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한 일들이 되풀이 되었다.

그 '되지도 못한' 자들은 국부(國富)가 마치 자신들의 약탈대상이나 되는 양, 국민이 마치 하인이나 되는 듯이 황당무계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들의 멸공봉사(滅公奉仕)로 인하여 이 나라는 '실패한 대통령'들을 계속 배출한 불행이 이어졌다.

노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하면서 방명록에 '멸사봉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정을 버리고 국가의 이익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호국선열과 영령 앞에 맹서한 것이다.

정녕 대통령 당선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5년동안 그 맹서를 지킨다면 대한민국은 복(福)받은 나라요 만세 만세 만만세가 될 것이다.

노 당선자가 '멸사봉공'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첩경은 뭐니뭐니 해도 '멸공봉사'한 백해무익한 이 나라의 공직자들과 그 주변 인물들을 척결하는 것이다. 아직도 이 땅의 방방곡곡에는 그 무리들이 '암세포'나 '독버섯'처럼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또다시 활개를 칠 날을 포착하기 위하여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부패정권 교체'가 국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어냈던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지방자치선거에서도 그 지역에 만재되어 있는 부패와 비리 등의 척결을 내세운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결과 시장, 군수, 지방의원들이 대폭적으로 물갈이 된 바 있다.

새로운 지방정권이 들어선 지도 6개월이 되었는데 그 멸공봉사한 무리들이 아직도 큰 소리를 치고 다니는가 하면, 시민들의 재산과 가슴을 멍들게 하였던 비리의혹들이 제대로 파헤쳐진 것이 없다.

이러한 상태로는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과 불신이 해소되지도 않고 건강하고 희망을 걸 만한 지방행정이 구현될 수가 없는 것이다.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소문에 지나지 않지만 신종(新種)비리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단체장 주변인물들이 뭔가를 챙기느라고 정신이 없다고 하니 우울하기만 하다.

'암세포'를 도려내지 않고 어찌 건강하기를 바랄 것이며, '독버섯'을 뽑아내지 않고 어찌 희망이 있는 나날을 지낼 수 있겠는가. 노 당선자나 자치단체장 그리고 사법당국은 말 그대로 '멸사봉공'의 자세로 부패와 비리를 청산해야만 한다.

그 약속들이 또 다시 휴지조각이 되고, 그 위에 새로운 부패와 비리들이 덧씌우면 이 나라는 큰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속에 새로 들어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외면치 않고 부패와 비리를 철저하게 뿌리 뽑는다면 우리는 그 정부를 믿게 되고 그 정부의 정책을 굳게 지지하게 되며, 명실상부한 국민통합을 이루게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면 북한 핵문제 등의 국가안보나 물가불안, 경기침체 등의 경제현안도 당연히 해결된다.

우리는 '민미영'씨나 '노건호'씨가 그들의 소망대로 5년동안 평범하게 지내기를 또다시 기대한다.

곽근홍(논설위원)  young@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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