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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
가을은 깊어 가는데 아직도 가로수 잎들은 어정쩡하기만 하다. 낙엽을 밟아도 영 흥취가 나질 않고 무엇인가를 빼앗긴 것 같기만 하다.

이맘때 쯤 샛노란 은행잎들이 우수수 흐트러지면, 옷깃을 세우고 계절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인생의 의미를 되뇌기도 했었다.

이 가을을 차마 아름답다고는 할 수가 없다. 때 이른 한파에 자연현상이 허무러진 지금, 우리는 을씨년스런 기분으로 겨울을 맞고 잇는 것이다.

철이 바꾸고 있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철새'들이 우르르 몰려다닌다. 3자구도 때는 '창'이 우세하고, '노' '몽'이 단일화되면 예측불허라는 대선정국에서 어찌 철새가 없을 손가. 그들은 한결같이 국민통합이니 정치적 소신이니를 부르짖으며 눈물까지 내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차마 추켜세울 수는 없다. 그들은 스스로의 부귀영화를 계속 누리기 위하여 고심참담할 뿐, 국민이니 소신이니는 애시당초 용어조차 모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틀동안 120여건의 법안을 처리하였다고 하니 이 나라의 국회의원들은 초능력자임이 분명하다. 특히, 20여건의 법률안을 의결정족수인 137명에 크게 못미치는 70여명을 앉혀 놓고 통과시켰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이 효율적인 입법활동을 하고 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입법'한 법안의 제목조차도 모르고 엉뚱한 '콩밭'에서 놀고 있는 입법부 의원들을 어찌 두둔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주에는 가칭 전국 공무원노조 2만여명이 '연가'를 내고 노동3권의 완전보장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파업을 벌였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또한 법을 집행하는 경찰들과 대치하여 충돌하는 광경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곳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원인들이 고통을 당하고 업무가 혼란에 빠지는 등 행정공백사태가 초래되었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경찰들도 파업을 하게 되고, 국군들도 파업을 하는 '국가 위기'의 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진정한 공복이라고 차마 아부할 수는 없다 그들은 사익(私益)보다는 공익(公益)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하남시 천현동에는 1만여평의 구 호산연와 터가 있다고 한다. 현재 그린벨트 지역이고, 또한 그린벨트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공영개발을 하게 되는 그린벨트 조정가능지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분양대행사가 상가와 주택지로 나눠 비싼 가격으로 분양하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은 시내 한복판에 버젓이 분양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신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분양을 받는다고 한다.

공영개발을 하게 될 경우에는 토지취득자가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남시 관계자는 관련법상 행위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 관계자를 시민에게 꼭 필요한 원칙주의자라고 하면서 차마 비호할 수는 없다.

시공무원은 시민의 재산과 권리의 보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원칙' 아래서 시민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 겨울을 맞아야만 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월동준비도 하지 못한채 겨우날을 지내야 되는 것이 아닌 하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가을이 되면 여름내내의 성장활동에 따른 과실을 맺고, 아름다운 단풍으로 장식하다가는 마지막으로 낙엽을 뿌리는 것이 나무들의 '자연현상'인 것이다. 당연하게 이르러야 할 자연현상이 돌연 밀어닥친 한파로 인하여 그 자연의 섭리가 혼란 빠진 것이다.

자연현상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가을이 깊어가더라도 우리는 그 맛을 알지 못하고 불안에 떨게 된다.

정치에 있어서의 자연현상은 '정치도의'인 것이며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인 것이고, 공무원들은 '법의 준수' 요 '시민에 대한 봉사'가 그것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서라도, 12월 대선에서는 이 나라의 자연현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되어야 한다.

황량한 늦가을 풍경을 시름에 겨워 바라보노라면, 빗방울이 뿌리고 일진 바람이 재쳐오더니 그래도 나뭇잎들은 돌돌 말려 후미진 곳을 찾아간다.

곽근홍(논설위  young@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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