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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하남국제사진페스티벌인간의 욕망과 고뇌…지난 역사 사진에 오롯이 담아
하남국제청년 작가전에 류은규 교수 등 작품 200여점
사진과 역사를 주제로 한 한·중·일 국제심포지움도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며 미래의 역사를 예견하려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6일까지 시청과 에코타운 모델하우스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2002하남국제사진페스티벌'이 '사진과 역사'란 주제로 개최돼 사진 고유의 매체적 특성과 사진이 수행했던 시대성과 그 것들이 상호작용했던 역사의 결과물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을 총 지휘한 김장섭 운영위원장은 "젊은 도시인 하남시의 지역문화 육성과 함께 한국사진에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첫발을 내디뎠다"며 "이번 페티벌의 성격을 한국사진의 미래를 예감할 수 있는 진취적인 페스티벌로, 젊은 사진의 축제로 키워나간다는 목표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아타씨 하남국제사진상 첫 수상자

페스티벌의 주요행사의 하나인 하남국제사진상(H.I.P.F) 첫번째 수상자로 김아타씨를 선정했다. 하남국제사진상은 한 해 동안 국내외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동과 업적을 쌓은 사진가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국내 여타 사진상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으며, 특히 구색을 맞추기 위한 요식행위의 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진문화발전에 기여한 작가, 나아가 한국 사진의 국제화에 일익을 담당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생산적인 모습을 표방하고 있다.

김아타씨가 수상자로 선정된데에는 지난해 베를린 문화센터, 뉴욕 퀸즈미술관의 초대, 호주 시드니 사진센터전 참가, 독일 헤르텐전 참가,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 '2001사진페스티벌'에 참가 '세계100인사진작가'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인정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김씨의 인간문화재 시리즈

20여년 동안 일관되게 인간의 문제에 천착한 작가가 처음으로 작가적 역량을 대외적으로 공인 받은 작품으로 '인간문화재시리즈'를 들고 있다. 작품은 89년부터 90년까지 전국을 돌며 만난 우리 문화예술의 산증인들의 모습이다. 사진에 찍힌 인간문화재의 다수는 이 땅을 떠나고 없지만 사진을 통해 그들을 만나는 자체가 역사라고 사진평론가 진동선씨는 밝히고 있다.

또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인 '사진과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사진이란 인간들의 삶의 상흔에 다름 아니며 인간의 문제가 역사의 문제, 존재의 문제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김씨가 가장 인덱스적인 방식으로 역사화했던 사진이 인간문화재시리즈라고 극찬하고 있다.

국제 청년작가전

국제 청년작가전의 참여작가는 총13명으로 미국의 라파엘 데불, 니나 글래서, 라이언 볼드윈, 일본의 모모세 토시야, 요시카와 나오야, 중국의 팽 샹지, 엔 창지앙, 대만의 차우 칭후, 왕 지아훼이 등이다. 이들의 사진은 전적으로 개인사, 일상사를 노출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여기서 일상이란 사진으로 일상이 어떻게 역사화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거환경, 예식과 의례, 의식주에 초점을 맞추고, 사랑과 증오, 불화와 조화, 기억과 죽음, 불안과 평온함에 눈길을 주는 이들의 사진은 사진과 역사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라파엘 데불은 다분히 미국적인 삶을 일기처럼 표현 즉, 자신을 혼란스럽고 괴롭혔던 종교, 개인주의, 이기심에 대한 경험들을 사진으로 기록했으며, 볼드윈은 오늘날 전지구적인 상황에서 아직도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특수한 삶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했다.

일본의 모모세 토시야는 일본의 현대적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도시가 연출하는 다양한 현대성 안에서 도시적 삶이 어떻게 저당잡히고 이끌려 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리모토 신야는 원주민의 삶과 환경을 통해서 소수민족들의 애환을 얘기하며 요시카와 나오야는 도심에서 시민들이 경험하는 삶의 이면을 드러내 보인다.

중국의 출품작은 중국 현대적 모습을 반영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팽 샹치는 도회지 풍경에서 점점 소외되어 가는 도시화의 이면을 보게 하고, 엔 창지앙은 흘러간 역사속에 버려지는 것들을 깨닫게 하며, 진용춘은 소수종족의 전통적인 의례, 소담스런 삶의 자취를 통해서 지켜야할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대만의 사진은 현대성을 강하게 내비친다. 역사의 시계방향을 미래에 맞춘 듯 대만의 사진은 도시적이고 문화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차우 칭후이는 도심의 뒷모습을, 야오 쥬청은 환락적 도시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과 함께하는 역사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한 시대를 산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친 공적인 역사와도 같이 했고 개인이나 가족의 역사와도 함께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하남페스티벌의 국내작가 사진전시는 역사라는 주제를 통해 2000년을 전후로 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의식속에 새겨진 역사의 상처를 통해 지난 역사의 전통을 학습하고 체험하는 현재의 여러 양상들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삶의 변화들을 사진이라는 역사의 자료를 통해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의 소수 구성원들만이 공감하고 체험하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역사가 아니라, 대다수 구성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는 공적인 역사를 30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재현한다.

제1부는 '역사를 증언하는 사람들'로 한국 근현대사의 전개에 있어서 한국사회의 구조변화를 가져온 시기를 몸소체험한 인물들로 구성됐다.

류은규씨는 일제강점기에 중국 연변으로 망명하여 항일투쟁을 벌인 독립운동가들과 그 친인척들의 초상들을 제시함으로써 식민 조선인의 저항을 증언한다. 아울러 중국인이 된 그들이 겪는 민족과 국민의 정체성에 대한 분열현상을 표정을 통해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재갑씨는 '혼혈아'의 초상을 통해 독립을 스스로 쟁취하지 못한 민족의 설움을 국토의 분단과 미군의 주둔에서 파생되는 혼혈이라는 소외집단을 조명 현대사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시우씨는 남북분단의 현실을 대인지뢰 피해자들의 절단된 육체를 통해 증언한다. 여기서 지뢰는 이념적으로 동질적인 자국민에게도 폭력을 가하는 군사정권과 분단이데올로기에 의해 불구가 된 한국인의 이념의식을 섬뜩하게 상징한다.

제2부 '역사를 기념한다'는 고적, 기념관, 전통물품놀이들이 일반다중들에게 어떻게 역사를 재현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는가에 접근하고 그 재현을 통한 역사의 전승을 조명한다. 전미숙씨는 한 사회의 복잡다단한 역사형성과정을 소위 위인들의 역사로 축소하고 영웅적 역사관을 강화하는 동상들과 초상들을 채집, 그 인물들이 역사성과는 거리가 먼 배경속에 방치되는 현실에서 영웅은 한 사회의 공간도처에 존재하며 개인의식속에 현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역사의 일원으로 처신하도록 훈육한다.

김혜선은 광주항쟁을 추모하는 공간속의 사진영정들을 또 다시 사진으로 추모하며 부조리한 권력에 의한 죽음을 사진으로 기억하고 열린사회를 향한 그들의 저항을 사진으로 기념한다. 장석주씨는 관광지로 변모한 경주의 신라유적들에서 일반대중이 과거의 역사를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윤정미씨는 인사동시리즈를 통해 사라진 전통과 접촉하는 공간의 내면을 투사하여 보여주고 있다.

제3부 '오늘의 작은 역사들'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상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동윤씨의 학생수가 10명내외의 시골분교, 또 60년대 이농현상과 도시집중현상이 이제 끝에 다다랐다는 암시를 시각화했다. 조지은씨는 서울의 한 지역을 기록한 수많은 사진을 조합 끊임없이 변화하는 오늘의 서울을 재구성하고 있다.

방병상의 스냅사진은 다국적 음식기업과 전통적 육체성을 거부하는 행인들의 몸과 치장 등 공간의 현대성을 필름에 담았다. 김석원씨는 인터넷을 통해 일어나는 새로운 성의 풍속도를 재현한다. 채팅사이트에 올려진 여성의 관능적 사진을 통해 서구적 에로티시즘의 한국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역사의 몽타주로서 상흔으로 얼룩진 힘겨운 우리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은 삶 그 자체이고 인생살이는 사진속에서, 시대는 인생살이 속에서, 그리고 역사는 시대 안에서 보존되고 영속된다"고 했다. 이 가을 사진을 통해 인생살이의 깊이와 고뇌, 환희를 맛보는 것도 인생과 영혼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문영일 기자  ondesk@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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