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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과 고양이
「야인시대」(野人時代)라는 TV 드라마가 있다.

이른바 '장군의 아들'로 불리우던 김두한(金斗漢)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제식민지 시대의 암흑기에 김두한이 종로의 '주먹세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되고 있는 스
토리가 현재 방영중에 있다.

그 드라마 중에서 김두한이 일본인 고등계 형사에게 "주먹도 독립운동일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그들이 단순무식한 '건달'에 지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민족의식을 가지고 명예와 의리를 중히 여기는가 하면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며, 이 시대의 우리들이 형편없이 못난 사람들이라는 자괴감(自愧感)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서로가 힘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각
자가 양보를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지켜야 할 '룰'(Rule)에 충실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대할 때마다 민족의식이라든가 명예와 의리 등은 그만두고라도, 최소한의 기본양식까지 갖추지 못한 부랑배(浮浪輩)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의하면, 3년6개월 동안 은행 등 전체 금융회사에서 1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는 모두 592건에, 사고액 규모는 8천260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금융기관의 직원이 고객예금을 빼내거나 고객과 짜고 부당대출을 통해 횡령하는 등 '내부자 소행'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국정조사의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적자금문제도 그렇다.
무려 1백57조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이 환란(換亂)을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투입되었는데, 최소한 69조원이 넘게 떼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고객들이 그 소중한 돈을 자신의 지갑에 보관하지 않고 금융기간에 맡겼을까. 그것은 은행 등의 공신력을 믿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예금한 것이다.

왜, 국민들은 자기가 번 돈을 모두 써버릴 일이지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단 말인가. 나라에 돈이 있어야만이 국가를 경영하고 국리민복을 꾀할 수 있으므로, 청렴한 공직자들이 올바르
게 운용할 것이라는 신뢰의 바탕에서 그 아까운 돈을 서슴없이 세금으로 낸 것이다.

그런데 남의 돈도 내돈, 공금도 내돈 이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횡령하거나 착복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돈' 문제에 있어서는 엄격하고 깨끗하여야 할 사람들이 고객의 예금을 훔쳐내고 국고를 도둑질하였으니,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니겠는가.

지방공기업들이 파산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지방재정의 자립도를 높이고 지방경제 발전의 주축이 되어야 할 지하철공사, 지방의료원,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공기업들이 거꾸로 세금을 먹는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1개 지방도시개발공사는 부채가 1년간 1조75억원이나 증가하여 총 2조 300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고 한다. 이들 개발공사는 빚을 얻어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영능력, 전문성, 도덕성 등을 갖춘 인사들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선별하여 지방공기업의 경영을 맡겨야만이 지방공기업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인사권자와 '특별관계'가 있는 자들이 낙하산 인사로 요직을 꿰차고 앉아서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을 방만하게 해온 것이다. 그러니 경영내용이 불투명할 수 밖에 없고, 공금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등 부실경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남시도시개발공사의 임원이 추석을 앞두고 하남시의원들에게 수십만원짜리 백화점상품권을 돌렸다고 하여 말썽이 일고 있다. 만일 그가 공금을 유용했다면 심각한 문제이지만, 사재
를 털었다고 하더라도 수백만원어치의 뇌물성 상품권을 시의원들에게 우송한 행위는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출범했던 하남시 도시개발공사가 정말 올바르게 경영 되고나 있는지 불안감을 가지게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도처에게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갉아먹거나 훔치고 있는 도둑고양이들을 일소할 수는 없을까. 그들의 사나운 발톱이나 흉칙한 이빨들을 눈뜨고 바라보면서, 어찌 '생선'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최소한의 기본양식이라도 갖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생선을 안심하고맡길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기다려야만 올 것인가.

곽근홍(논설위원)  young@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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