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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나무 떨 듯"
급암은 중국 한나라 무제(武帝)시대의 공직자였다.
그는 학문을 좋아하고, 의협심이 강하며, 기절(氣節)을 소중히 알고, 품행이 바르고, 청렴결백하였다고 한다.

그는 황제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여도 굽히는 일 없이 '할 말'을 해내고야 마는 강직성으로 인하여, 온갖 아첨과 칭송으로 길들어져 있는 무제로서는 급암만 보면 기분이 안좋았다.

무제는 그가 곁에 있으면 걸리적거리고 신경 쓰이기 때문에 다스리기 어려운 지방의 장관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골치아픈 사건이 끊이지 않는 수도권의 치안을 맡기는 등 급암이 '실수'하기 만을 기다렸다. '꼬투리'만 있으면 제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찌된 일인지 그 말썽많은 지역들은 급암이 부임해오면 잘 다스려지는 것이였다. 그는 잔병이 많아서 항상 침실에 누워 있고 별로 밖에 나가는 일이 없었는 데도 말이다.

급암은 요술방망이라도 들고 다녔단 말인가.
그는 무위(無爲)를 근본으로 삼고 자연의 이치와 법도에 따라 다스릴 뿐 자질구레한 절차에 얽매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눈에 보이는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법령을 까다롭게 적용하여 사람들을 고달프게 만드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시책으로 내걸고, 적당한 관리들을 골라 책임자로 임명하고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였다.
급암의 통치방법은 대체적인 것만을 바로잡아 줄 뿐 사소한 일들을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 지방행정의 양태들을 보면 툭 하면 '세계적'이니 '살기 좋은' '미래' 등의 구호들이 난무하고, 무슨 행사니 대규모 개발이니 등 어마어마한 정열과 능력을 쏟는 양 요란을 떨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중에 가서는 속빈 강정이요, 단체장은 감옥에 끌려가는 모습들을 우리의 뇌리에 깊이 새기게 한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일부 공무원은 법령과 원칙을 내세우며 한점이라도 '흠'이 있다면 시민들의 신청서류를 내팽개친다고 한다. 다만, 그 공무원과 관계가 있는 특정사무소를 거치면 100% 통과시키는 등 구조적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떤 단체장은 결재서류에 '봉투'가 끼어있지 않으면 절대로 결재를 안해주고, 큰 공사는 물론 사소한 것에까지 두꺼비가 파리 잡아먹듯 닥치는 대로 돈을 먹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탐관오리'들은 한결같이 청렴과 원칙을 내세우며 시민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지금, 각 곳의 낙선한 단체장들이나 일부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혐의로 사법당국의 '칼날'을 맞게 되지나 않을까 하여 '사시나무 떨 듯'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2명이나 구속되어 있는가 하면 시·도지사나 검찰의 고위간부들 지낸 사람들도 돈을 덥석 받아먹고는 죽을 상이 되어 떨고 있다고 하니, 정녕 '돈'의 위력은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다.

그토록 '돈'을 좋아하고 그와의 인연을 끊기가 어렵다면, 사업이나 장사를 해서 실컷 돈벌이를 했으면 될 것을, 이찌하여 돈과는 거리가 먼 공직자가 되어서는 나라에 해(害)를 끼치고 우리를 고달프게 만든단 말인가.

최소한의 국가관이나 공공의식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 얄팍한 속임수로 우리를 기만하고 유권자를 우롱하여 '급암'같은 인물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는 도둑질을 하고 분탕질을 한 것에 다름없다.

곽근홍(논설위원)  young@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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